14. 하은이와 할미의 소소한 그림일기
어제 봄날의 삼성천을 따라
하은이와 걸었다.
봄날이 완연한 삼월이었다.
내내 사달라 조르던
핑크하트솜사탕을
선뜻 사 안기니
핑크바지 입은 하은이가
노랑나비처럼 춤을 추었다.
눈 닿는 데마다 봄이 분명했고,
부드럽고 달콤하고 가벼운
봄날 같은 솜사탕이었다.
정확히
솜사탕을 세 입 베어 물을 때였을까
두 입때부터 끈적끈적
달려드는 솜사탕이 미워서
속상해하더니만
기어코 봄날을 놀라게 했지, 아마.
솜사탕 싫어!
봄날 같은 솜사탕도 놀랐고
솜털 같던 봄날도 놀랐다.
그래서 오늘
다시 겨울처럼 눈이 내리는 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