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눈에 띄는 커플이 있다. 도대체 이 폭염에 굳이 공부나 독서에 열중해야 할 장소인 도서관 자료실에서 왜 눈살을 찌푸려지는 애정행각을 하는 걸까? 연인이라 붙어 있고 싶은 것도 알겠고, 스킨쉽을 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한다. 그럼에도 아늑한 카페도, 탁 트인 공원도 아닌데 굳이 백허그, 자료실 밖 복도에서 포옹하기, 자료실 내 널따란 테이블에 타인도 함께 앉아 있는 자리 맞은편에서 또 포옹.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것아닌가.
'사랑방'의 본뜻은 '한국식 전통 가옥에 존재하는 공간. 바깥주인이 거처하며 취미를 즐기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다. '사랑채'나 '외당'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제목으로 단'사랑방'이라는 표현은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운치있는 의미의 사랑방과는 전혀 다른, 애정행각을 하기 위한 장소를 표현한 것이다. 차마 숙박시설 형태를 쓰기에는 너무 퇴폐적이고 싸구려처럼 느껴지는 표현이니 여기서는 사용하지 않겠다. 결국 복도에서도 애정 행각을 벌이던 그 연인에게 다른 직원이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나는 자료실 업무가 바빠 처음엔 보고도 못 본 척 했었고, 다른 이용자분의 경고성 헛기침 소리에 붙어있던 커플이 잠깐이지만 스킨쉽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기에 잊고 있었다. 그 새를 못 참고 또 복도에 나가 애정행각을 벌이다니, 참...
굳이 둘의 사랑을 만천하에 공공연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애정을 과시하고 싶어서일까? 꼰대 기질의 나는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 사이여도 공공장소에서는 지킬 건 지키는 최소한의 매너는 갖추어야 한다는 주의다. 외부로 드러나야 애정도의 깊고 얕음을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아닐텐데, 두 남녀를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 공중도덕을 지킬 줄 모르는 연인을 보며 패션업계가 마케팅 세분화 전략에 의해 강조한 것이라는 T(time), P(place), O(occasion)의 개념을 떠올렸다. 혹시 일상 생활 중 행동양식에 대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성인이라면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편안한 캐주얼한 복장을 착용할 분위기에서는 다소 비격식적이고 자유로운 언행도 이해되겠지만 파티나 장례식장 같은 공식적 장소에서 착용하는 복장이 어울리는 격식을 갖춘 분위기에서는 공식적인 매너가 필요하다.
조용하게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대표적 장소인 도서관에서 각자의 목표에 따른 학습을 하며 지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얼마든지 예쁜 사랑 키워갈 수도 있을 텐데. 꼭 커플이라고 공식 선언하듯 자료실 곳곳에서 백허그, 마주보며 서기, 포옹 등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1935년 <조광> 창간호에 발표한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주인공, 옥희 어머니와 사랑방에 머무는 손님이자 학교 선생님인 '아저씨'처럼 서정적이고 잔잔한 사랑을 할 순 없을까.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니 편지를 주고 받았다지만, 2024년의 사랑은 핸드폰으로 실시한 채팅앱 카**톡으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달달한 사랑의 언어는 서로의 집에서, 탁 트인 공원에서 속삭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