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루틴
"무조건 11시 이전에 잔다!"
일단 11시에 누워본다. 그러나 잠이 안 온다. 뒤척이다 어쩌다 잠이 든다. 그런데 일어나 보니 새벽 1시 30분, 2시다. 그동안 잠을 반토막 내어 두 번 자다 보니, 습관이 들어버린 것이다.
젠장! 어떻게 하지? 또 자야 하나? 아니면 일어나서 미리 책을 읽어 놓을까? 패턴을 바꾸기로 했으니 일단 누워서 자 본다. 그러나 잠은 안 오고, 시간이 아까워 다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본다. 그렇게 3시간 읽고, 브런치글을 발행하면 독서 멤버들과의 토론 시간이 돌아온다.
독서 모임을 마치고 발행한 글을 다듬고 댓글 달아주고, 동료 작가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고 나면 9시. 이렇게 시작된 나의 하루는 몽롱함과 나른함, 낮잠, 그리고 루틴 실패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버텨야 하나? 일단 밥을 먹고 본다. 3끼 먹는 것이 루틴이니까. 이제는 잠이 쏟아진다. 버티다 못해 잠을 잔다. 그런데 일어나 보니 오후 2시가 지나있다. 이런 젠장! 점심을 건너뛰었으니 또 실패다. 몸도 찌뿌듯하고 머리도 개운치 않다. 늦게나마 점심을 먹고 잠시 돌아다니면서 정신을 차리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면 밖에서 진풍이가 짖기 시작한다. 4시가 된 것이다. 부랴부랴 준비하고 산책을 나간다. 요즘엔 산책 시간이 늘어서 1시간을 꼬박 채우고 들어오는데, 들어와 밥을 먹고 좀 쉬다 보면 6시 30분, 그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글쓰기가 언제 끝날 지를 모른다. 중간에 1시간 운동하고 씻으면 1시간 30분이 또 훌쩍 지나간다. 오늘도 11시에 자긴 글렀다.
며칠 전 새롭게 루틴을 짰다. 루틴의 목표는 삶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새로 짜기 전까지는 취침 시간에 관계없이 루틴을 끝내고 자면 되었다. 글이 너무 안 써지면 밤을 새워서라도 쓰고, 다음 날 잠을 자곤 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을 거르게 되고, 생활이 불규칙하게 흘러가면서 몸의 리듬도 깨지고 활력을 잃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예 생활 패턴을 새벽형으로 바꾸겠다고 결단한 것이다. 그런데 루틴을 새로 짠지 벌써 5일째인데, 하루도 빠짐없이 실패하고 있다. 그냥 포기할까?
우리는 독서 멤버들끼리 서로의 루틴을 공개하며 서로를 감시(??)하고 있다. 혼자서는 나태해지기 쉬우니 나의 모습 그대로 가감 없이 공개하고 스스로를 채근하고 서로 격려하는 것이다. 그냥 11시 이전에 자는 것만 포기할까? 그러면 실패할 일도 없고 다른 동료들한테도 부끄럽지 않을 텐데.
그러나...
부끄러운 게 문제가 아니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결단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몇 번 실패하는 게 뭐 대순가? 될 때까지 다시 시도하고, 목표한 바를 꼭!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 삶의 패턴을 바꿀 때까지 포기도 없고, 새로운 루틴도 없다.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은 저녁 7시 28분. 글이 거의 완성되어 간다. 운동하고 책을 읽은 다음, 11시에 눕기만 하면 루틴 성공이다. 다만 제대로 잠을 자고 다음 날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될 때까지 포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