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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밤 Oct 14. 2023

니스1, 니스에 오니 모든 것이 가볍다

일상의 도시에서 휴식의 도시로


오늘도 마찬가지로 10시쯤 일찍 영향과 시차 적응의 영향으로 새벽 다섯시반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파리를 떠나는 날이다. 어제 파리의 마지막 밤을 유람선의 추위로 허무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여행이 많이 남았으니 조심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마지막 파리가 아쉬울 수 있으니 오늘도 에펠탑까지 조깅을 다녀오기로 했다. 어제는 사진 찍는데에 많은 시간을 뺏겼다면 오늘은 정말 눈과 코로 느끼고 와야지 하며 길을 나섰다. 어제와 같은 길로 뛰어 에펠탑까지 도착했다. 비온 다음 날의 하늘은 언제나 아름답다. 에펠탑의 풍경이 오늘 유독 아름답다. 아마 떠나는 날의 풍경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새로운 부부들은 에펠탑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을 찍는다.



파리라는 여행지에서 참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 역사가 주는 감성이 있다. 하지만 뒤죽박죽 하지않고 정비가 잘 되어있다. 저녁이면 음식점에서 오래오래 시간을 보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로 시간을 채운다. 일을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 단조로운 출근 길에도 그들의 차림새를 보고 있으면 멋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파리를 보고 있자면 삶을 다채롭게 즐긴 다는 것의 표본이 바로 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삶에 작은 목표를 하나 두자면 파리에 적을 두고 살고싶다. 파리에 살 수 없다면 1년에 한번이라도 파리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런 목표가 내 삶에 또한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 불어를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에펠탑을 앞에 두고 행복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오늘도 숙소로 향하는 길에 어제 들렀던 빵집에 들러 어제보다는 좀 더 능숙하게 크루아상 한개와 커피를 주문했다. 어제의 나를 기억하는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왠지 웃으면서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회사에서 급건으로 연락이 왔다. 마침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중이라 여유롭게 업체와 연락을 해 해결해주었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휴가중오는 업무 연락도 딱히 짜증이 나지 않았다.



오늘은 오후 2시 기차로 니스로 떠난다.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과 파리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한다. 마지막으로 개선문을 올라 전망을 보고 기차역으로 가는 일정만이 남았다. 아침에 서둘러 다른 곳을 또 방문 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파리여행에서는 숙소가 참 좋았다. 방에 있는 테라스에 나가면 개선문이 보이고 바로 밑으로 파리의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그래서 그곳에서 최대한 시간을 보내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 잔 내려 테라스에 앉아서 시를 썼다. 출근하는 멋진 파리의 한 중년을 보고 담백한 시를 써내려갔다. 



백발의 노신사는 통큰 하얀 바지를 입고, 갈색 구두를 신었다

허리를 졸라 맨 녹색 자켓을 입고 안에는 붉은 니트가 희끗하게 보인다

그리고 아내의 도시락이 담긴 하늘색 줄무늬 가방을 메고 걸었다


그의 세련된 색배합에는 어울리지 않는 가방이지만

아침내내 준비했을 아내의 사랑을

최고의 장식으로 달고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참이다


파리를 떠나는 날 바라본 

파리의 거리는

새삼 섬세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 중년의 출근길에도 상상력이 피어난다. 이게 파리의 매력이다. 끝까지 매력적인 파리에 대한 아쉬움은 이 테라스에 잠시 남겨두기로 하고 이제 얼른 체크아웃을 해야한다. 비쌌지만 꽤나 큰 만족감을 준 호텔이었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사진을 찍으며 사진으로라도 이 방을 담아가려 했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잠시 숙소앞 개선문에 다녀왔다. 물론 이전에 가본 적이 있지만 개선문 위에서 보는 풍경은 특별하기에 이번에도 꼭 올라갔다가 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부터 개선문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다. 20여분 정도를 기다리고 짐 검사를 하고 나니 개선문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갈 수 있었다. 개선문에서보는 풍경은 다르다. 완벽히 계획된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돈된 도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 멀리 에펠탑까지 가는 길 사각의 회색 건물 그리고 그 사이사이 푸르른 가로수의 모습들을 알알이 느낄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리의 풍경중 하나이다. 이전에는 이곳에서 아빠와 함께 노을을 봤었다. 누군가 파리에 간다고 하면 경치만큼은 꼭 개선문에서 바라보는 것을 추천한다.


니스로 향하는 기차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아 서둘러 내려와야 했다. 호텔에 들러 짐을 찾고 이제 기차를 타러 파리 리옹역으로 향했다.


파리 리옹기차역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웠다. 파리는 비둘기들이 살기에는 참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딱딱한 껍질을 가진 빵들을 먹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부스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그건 자연스레 바닥을 활보하는 비둘기들의 성찬이 된다. 파리 사람들은 비둘기에 관대한듯하다. 기차역 대기실 옆자리에 앉은 부부를 보니 빵부스러기를 모아 그들을 위해 밑에 일부러 툭툭 털어주기도 한다. 딱딱한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려면 입천장 쯤은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열심히 샌드위치를 한입 두입 뜯어먹다보니 허기가 좀 가셨다. 어느새 오후 2시 니스행 TGV 기차에 올랐다.



2층 기차에 올라 윗칸으로 갔다. 기차 내부는 굉장히 쾌적했고 노트북을 올려놓기 아주 넉넉한 크기의 테이블도 펼 수 있었다. 마침 잘됐다. 6시간의 여정중 파리의 일정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파리에서의 2박 3일이 굉장히 짧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적어보려하니 이렇게 다채로울 수가 없었다. 역시 지난 시간을 다시한번 글로 되살리는 작업은 참 중요하다.


3시간 정도를 달리니 마르세유역에 도착했다. 마르세유 역부터는 해안길을 따라 기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쭉보이는 것이아니라 잠깐 해안이 나왔다가 금새 터널에 가려지기를 반복하니 넋놓고 볼 수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글도 쓸만큼 썼기에 노트북은 집어넣었다. 핸드폰 기차 안이라 그런지 통신이 잘 터지지 않았다. 한 두시간 정도는 창밖을 바라보면 멍하니 생각에 잠겨버렸다. 니스로 가는 기차안에서 드디어 내 생각도 휴식하기 시작했다.



니스에는 거의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오는길에 미리 연락해둔 동행분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해서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니스는 그 자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 다 이동할 수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숙소로 걸어서 이동했다. 확실히 이곳은 휴양지다 라는 것이 거리에서 느껴졌다. 다들 가벼운 옷차림에 가벼운 발걸음 가벼운 표정이 가득했다. 


일상의 도시에서 휴식의 도시로 넘어오니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이었다. 15분 정도를 걸으니 오늘부터 3일간 묵을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을 여니 확실히 젊은 분위기의 호스텔임을 알 수 있었다. 고풍스러운 파리의 호텔의 느낌도 물론 좋지만 젊고 에너지 넘치는 호스텔의 느낌도 새롭게 여행을 시작하는 느낌을 주었다. 어깨에 문신을 들썩이며 친절하게 호스텔 룰을 설명해주던 직원은 정말 눈에 띄게 이뻤다. 당신 정말 아름답네요라는 말이 입술 끝까지 나올정도 였다. 물론 그럴 용기는 없었기에 고마움의 인사를 남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306호로 방을 배정받은 나는 바로 방으로 향했다. 짐을 풀고 바로 약속 장소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방문을 여니 외국인 여자 한명이 이를 닦고 있었다. 당황한듯 했지만 이내 미소를 보이며 인사했다. 덴마크에서 여행온 나나라고 한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거쳐 이제 니스를 여행중이라고 한다. 워낙 성격이 좋은 여자애인터라 이것저것 말을 걸었지만 빨리 나가봐야 했던터라 짧은 대화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동행과의 약속 장소인 마세나 광장으로 서둘러 향했다. 분수대 앞 하얀 의자에 앉아 있겠다고 했는데 하얀의자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역시나 한국인은 어디서나 눈에 띄는 법 힘없이 앉아있는 한 여자분이 있어 말을 걸었더니 역시나 만나기로 한 동행분이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26살 현주였다. 우리는 오늘 늦은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 너무 고맙게도 현주가 이미 주변 맛집을 찾아 두었다. 니스는 바닷가이기 때문에 역시나 해산물이 유명하다. 그래서 해산물을 활용한 빠에야를 하는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빠에야라니 얼마만에 먹는 쌀인가 하며 한껏 들떴다. 니스는 확실히 휴양지의 기운이 가득하다. 먹자골목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니 양쪽으로 들어선 여러 레스토랑에 모두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가 가기로 한 레스토랑도 딱 한자리가 남아있었다. 다행히도 줄은 서있지 않았고 막 한테이블이 자리를 비워서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우리는 에피타이저 하나와 빠에야 2인분 그리고 화이트 와인 작은병 하나를 주문했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주문까지 완료하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현주도 퇴사생이었다. 확실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퇴사 후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다. 휴가를 내고 유럽으로 여행을 오기란 쉽지 않기는 하다. 하지만 현주의 경우에는 단지 힘들어서 퇴사한 건 아니고 직업적 전환을 위해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임상병리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고 좀 더 다른 분야로 옮겨 보기위해서 관련 기사 시험을 쳤다고한다. 그리고 이제 시험 결과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하기 전 유럽을 온 것이다. 


한국에서 늘 같은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왔던 나로서는 이렇게 여행지에서 다른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진로를 꾸려나가는 방식을 듣는게 흥미롭고 재밌다. 서로의 지난 여행 이야기를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하다보니 빠에야가 나왔다. 정말이지 그 크기가 어마어마 했다. 분명 우리한테 2인분 정도의 음식이라고 한 것 같은데 우리는 이거 4명이서 먹어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뭐 근데 여행지에서 부족하게 주는 것보단 이게 더 마음이 좋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양에 놀라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빠에야를 접시에 덜어주었다. 



맛은 정말 환상이었다. 물론 오래되서 내가 기억을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스페인의 빠에야 보다 오히려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적절한 염도와 각종 해산물의 향이 느껴지고 홍합, 새우, 조개, 오징어 각종 해산물이 올려져 먹는 재미도 있었을 뿐만아니라, 함께 올려진 초리소(스페인식 소세지)가 단조로워질 수 있는 해산물 향을 한번씩 뒤집어주며 변주를 주었다. 그리고 쌀알의 익힘정도도 훌륭했다. 여기 오기전에 한국에서 먹어본 빠에야라고 하는 빠에야를 흉내낸 음식과는 정말 비교도 되지 않았다. 거기에 니스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공기를 마시며 먹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밥을 먹는 중간 중간 식당옆으로 백덤블링이 난무한 차력 버스킹이 이어졌다. 정말 휴양지 답다. 잠시 넋을 놓고 보고있으니 그렇게 재밌게 보고 있으면 와서 팁을 요구할거라는 현주의 말에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 몇잔 들어가니 6시간의 기차의 여독이 급격히 몰려오는 듯했다. 


밥을 다먹고 식당을 나와 딱히 할것이 없었던 우리는 우리는 잠시 밤바다를 구경했다. 밤에 보는 니스의 바다는 그리 다를 것은 없었다. 해변을 비추는 조명이 그리 강한 것도 아니어서 칠흙같은 어둠과 그리고 그를 뚫고 나오는 강한 파도만이 보일 뿐이었다. 되려 내일 아침 만나게 될 바다를 더욱 기대하게 반드는 어둠속의 밤바다였다. 어느정도 산책을 끝마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알고보니 마침 우리는 같은 호스텔에 묵고 있었고 밤 11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온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 다들 휴양지의 불타는 화요일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는 가볍게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니스의 여유로운 공기가 나를 또 깊은 잠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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