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알바에 미치다

by 하스텔라

모든 유학생들이 그러하듯, 나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썼다.

그렇게 부모님 돈으로 어학원을 다니고, 월세를 내고 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나 자신이 초라하고 무능력함을 느꼈다. '언제까지 부모님 등골 빼먹을 거니?', '양심도 없니?' 라는 마음의 소리가 날 괴롭혔다.


나는 무슨 오기였는지, 부모님이 주신 용돈은 쓰지 않고 내가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로 결심했다. 자존심과 독립심이 그 결정을 이끌었지만, 그 과정은 생각처럼 멋지지만은 않았다.


나의 첫 알바자리는 한인식당이었다. 서빙을 맡았는데, 독일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독일어 공부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알바 때마다 식사를 제공해 주셔서 그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당시 아르바이트비는 한 시간에 6유로로, 최저임금 7.5유로보다 적었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밥도 먹을 수 있는데,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는 알바 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사실은 밥 얻어먹으러..) 알바가 없는 날에도 종종 식당에 들러 사장님과 수다를 떨곤 했다.

그렇게 내 첫 알바자리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지속되었고, 난 아직도 그 동네를 갈 때마다 그 식당에 들러 밥을 먹는다.

음식 맛이 그때만큼 기똥차게 맛있지는 않지만, 이제는 내 돈 주고 사 먹는다. (뿌듯)

갈 때마다 내 이름을 불러주시는 사장님이 너무 좋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나의 '알바병'은 멈추지 않았다. 학교 수업시간 외의 모든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쏟아부었다. 심지어 알바 때문에 학교 수업을 빠진 적도 있다. (쉿...) 이건 완전히 주객전도.. 지금은 매우 후회하고 있다..


함께 일하던 한 언니가 "너는 집안이 어렵니?"라고 물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이 들으셨다면 기가 찰 이야기겠지만, 그때의 나는 어리석게도 돈 몇 푼 버는 것이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모양이다. (쯧쯧)


돌이켜보면, 나는 참 여러 가지 일을 해봤다. 계단 청소부터 식당 서빙, 백화점 직원, 여행 가이드, 동시통역, 기타 과외, 독일어 과외, 노래교실 강사, 음악 강사, 보안요원, 그리고 베이비시터까지. 참 별의별 알바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때를 돌이켜 보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써서 졸업을 빨리 할 걸..' 이라는 후회도 든다. 돈 몇 푼 버는데 정신이 팔려 중간에 1년 넘게 휴학까지 했으니 말이다.

주객전도.. (긁적긁적..)


아마 그때의 서러움과 가난한 마음 때문에 지금은 돈을 조금씩 더 쉽게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그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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