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그 사람의 성격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오는 걸까? 캠핑하면 생각나는 캠핑장이 리조트같이 다 갖춘 곳일까? 아니면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진짜 휴식할 수 있는 곳일까? 리조트 같은 캠핑장이 03화에서 소개한 Top Sail Hill State Park이라면 진짜 휴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은 Grayton Beach State Park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캠핑 취향은 어느 쪽인지 두 곳을 비교해 보면서 더 끌리는 곳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Grayton Beach State Park
일단 이 주립공원은 바다가 너무나 예쁘다. 초록빛 바다가 사이렌의 목소리처럼 사람을 홀리는 마력이 있다. 특히 석양 무렵에는 바다와 하늘이 오렌지 빛과 핑크빛으로 물드는데 대문자 T도 바로 F로 될 것처럼 감성이 철철 흐른다. 캠프 그라운드가 적다 보니 많은 사람이 복작일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아는 사람만 찾아갈 것 같은 '나만의 캠핑장' 느낌이 드는가 보다.
캠프그라운드는 텐트와 RV가 같이 사용하며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일단 부지가 넓지 않다. 캠프그라운드는 깔끔하고 잘 관리되어 있다. 주립공원 안에는 캠퍼전용 비치가 있고 카약을 유료로 빌릴 수 있다. 비치옆에 있는 주립공원에는 화장실 옆에 코인 세탁기가 건조기가 있다. 물놀이 후 수영복과 비치타월을 해결하라는 뜻이다.
그레이튼 비치 주립공원은 탑세일 주립공원과 함께 케빈이 있는 몇 안 되는 바닷가 주립공원이다. 특이한 점은 케빈과 캠프그라운드가 다른 곳에 있다는 점이다. 케빈은 그레이튼 비치 오피스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으며 캠퍼 전용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 독채가 아니라 듀플랙스식으로 한건물이 두 채씩 케빈이 있다. 모두 2 베드룸으로 새 건물은 아니지만 넓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케빈이 내 취향이다. 여기 케빈은 남부 바닷가의 별장 같은 분위기다. Back yard는 숲이라 숲 속의 집 같은 분위기도 있다.
Grayton Beach State Park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립공원옆에는 Grayton Beach가 있다. Grayton Beach는 독특하게도 비치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다. 보통은 비치뒤로 모래 언덕이 있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드워크를 통해 걸어서 모래밭으로 들어간다(아래 사진 왼쪽처럼). 그런데 여기는 길에서부터 모래언덕 없이 쭉 새하얀 모래밭이다(아래 사진 오른쪽처럼).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으나 모래가 차에 엄청 끼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주립공원 안에서는 에머럴드빛 바다와 새소리와 조용한 바람과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쏟아지는 별을 만날 수 있다. 속세의 번잡을 잊고 자연 속에 파묻혀있다 보면 디톡스가 절로 되는 듯하다. 여기서 캠핑을 하고 나면 왠지 내가 순둥순둥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런 게 자연캠핑 디톡스의 힘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주립공원 밖 그레이튼 비치 동네로 가면 수많은 베케이션 홈과 리조트와 음식점으로 분위기가 180도 바뀐다. 점심 먹으러 가려면 Chringo restaurant을 추천한다. 2층에 앉아 창문 너머로 바다를 바라보며 드래프트 비어에 치킨과 타코면 천국이 따로 없다.
그레이튼 비치 치링고
저녁에는 조금 거리가 되지만 North Beach Social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여기는 1층은 간단한 스낵과 맥주를 즐길 수 있고 2층은 제대로 레스토랑이다. 개인적으로 2층보다는 1층 바닷가 앞의 자리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맥주나 칵테일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한다.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춰 가면 서서히 물드는 바다를 배경으로 반짝이는 불빛들이 주변의 모든 것을 다 예쁘게 보이게 만들어준다. 원수도 친구로 만들어 줄 것 같은 분위기다. 주말에는 밴드공연이 있어 아는 노래들을 흥얼거릴 수도 있다.
North Beach Social
한국사람들은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휴가를 가도 쉬지 않는다. 빡세게 뭔가를 많이 하고 가야 '성공했다!'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여기 Grayton Beach State Park에 오면 신기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그냥 파도소리 들으며 책 읽다가 잠깐 잠이 들어도 좋고 튜브 위에 올라앉아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내 맡기는 것도 좋다. 시간도 쉬어 가는 듯하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로 진짜 휴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비치에는 낚시하는 사람도 많다. 모래밭에 낚싯대를 주욱 꽂아놓고 물고기를 기다린다. 뭐가 잡히나 하고 보면 물고기를 잡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해수욕하는 바닷가에서 물고기가 잡히는 것도 신기했다. 언젠가는 튜브 타고 놀다가 저 멀리에서 돌고래 떼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 세상에! 돌고래가 지나가다니! 사람과 해양 생물이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다.
너무 바쁜 휴가에 지쳤다면, 내 안의 배터리를 충전하고 싶은 휴가를 원한다면, 나와 같이 휴가를 간 사람들과의 추억에 집중하고 싶다면, 진짜 휴식을 만나는 곳 그레이튼 비치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