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까지 집이 싫었을까?
그러나 후회는 없다.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지난주 1편에서 이어집니다.
중학교를 다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의 일로 인해 본래 계획보다도 더 빨리 이민을 가게 됐다. 어릴 때부터 떠나는 것에 익숙했던 나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떠나는 것을 크게 어려워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과거는 미련 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괜한 반항심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님 앞에서는 원망 섞인 목소리를 냈다. 반항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다 보니 어느 순간 정말 눈물이 났다. 내가 하는 말은 진심 아닌 진심이 되었다. 새로 올라간 중학교에서 만난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일상이 나의 유일한 숨구멍이었음은 사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예상치 못한 나의 반응에 짐짓 당황하셨던 것 같다. 물론, 중학교 때에 이민을 간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평소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려워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셨을 테니 말이다. 나는 미안해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마음이 약해졌지만 티 내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어딘가 단단히 꼬여있었다. 사춘기였다. 하지만 꼭 사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끙끙 앓으며 홀로서기를 배워가며 부작용이 생겼다. 어른을 믿지 못하게 되며 부모님의 단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완벽하기만 했던 부모님의 평범성을 마주하게 되었다.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믿었던 부모님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간여가 성가시다고 느껴졌다. 여태껏 그 어떤 순간에도 혼자 헤쳐나갔는데, 이제야 나를 애 취급하며 챙긴다는 것이 싫었다. 정말 다 컸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참 철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스스로의 좁은 시야 안에 갇혀 세상을 너그럽게 이해하지 못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엄마와 자주 싸웠던 것 같다. 매일 같이 아침 일찍 나가 늦게 들어왔다. 집에 잠깐 들러 눈만 붙이는 정도였다.
사춘기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민을 가고 난 후에도 나는 집보다 밖을 더 좋아했다. 집에서조차 방에 들어 가 가족으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엄마와의 대립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나도 그러고 싶었던 것이 아닌데,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일이 참 어려웠다.
왜 그렇게까지 집이 싫었을까?
대체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던 것일까?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큼 넘어가며 전과는 또 다른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혼자서도 잘해 온 만큼,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남에게 의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나는 사춘기라는 핑계 뒤에 숨어 다시 홀로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