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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리 유경미 Jun 01. 2024

1. 한 아이가 있었다

 5학년 여자 아이는 집에 가기 싫어했다. 늘품꿈터에 계속 있다가 내가 끝나는 시간인 5시에 가고싶어했다. 나는 알았다며 쭉 있으라 했다.

 연계형 돌봄인 늘품꿈터는 방과후수업을 하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방과후 수업 전후로 시간이 비어서 학교 안에서 중간에 쉬어갈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과후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잠깐씩 있다가 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게 아니라면 학원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때 그때까지 와 있다가 간다. 그런데 5학년 한 아이는 내가 퇴근할때까지 꼬박 있다가 교실을 함께 나선다.

늘품꿈터에는 보드게임, 책, 색종이, 클레이가 구비되어 있다. 처음 시작하던 5년 전에 비하면 물품이 엄청 많다. 함께 놀아줄 수 있는 무언가가 많아 얼마나 다행인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수 있다가 갈수 있는 곳에서 내가 일한다는게 뿌듯하고 즐겁다. 처음 초등학교에 봉사자로 들어왔을때는 프린터조차 없어서 만들기를 뽑아줄 수도 없어 집에서 내 아이들이 쓰던 물건들을 많이 가져왔다.

아이들이 다 가고 한 아이만 남았다. 교실에 아이들이 빨리 가면 좋지 않냐는 어떤 이의 말이 가슴아플 때가 있다. 아이들이 없으면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고 시간때우고 집에 갈때까지 편하게 있다가 갈수 있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런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건 슬프기도 하다. 아이들이 학원으로만 돌고 있고 공상조차 할 시간이 없다면 그들의 미래는 언제 꿈꿀 수 있을 것인가. 한 아이와 카드놀이를 한다. 두번 쯤 하고 다른 보드게임을 꺼낸다.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기도 한다. 아이는 집에 가면 숙제해야되고 공부한다고 가기 싫단다.

엄마는 아이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어떤 때보면 무언가 하고싶어하는걸 잘 캐치해서 돕는 것 같다가도, 어떤 때에는 공부로 벽까지 몰아간다. 한국이 아무리 경쟁사회라지만 이럴 땐 참 가슴아프다. 육아의 끝은 독립이라는 오은영 선생님의 말처럼 혼자 독립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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