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첫사랑을 찾습니다
"오랜만이다, 하나야."
"안녕.. 성태야."
비 오는 날의 오후, 카페 창밖으로 내리는 비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날 이 시간만 되면 어느 날 사라져 버린 자신의 첫사랑이 그리워졌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성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학교만 결석한 줄 알았고, 집으로 찾으러 갔음에도 그 집은 빈집이었고, SNS 모두 탈퇴. 연락 두절까지 점점 하나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성태가 말도 없이 사라질 애가 아닌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성태가 사라진 후 하나의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다정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대답할 하나는 아니었다. 물론 웃으며 인사하긴 했어도 묘하게 점점 차가워졌다.
눈동자에도 맑은 갈색눈동자가 아니라, 탁한 눈동자를 띄었다. 어딘가 생기를 잃은 사람처럼. 자신의 전부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존재가 사라졌으니까. 하나는 성태와 함께한 시간들을 지우려고 애썼지만 지워지지 않았고, 그의 웃음소리까지 마음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돌아와 달라고 애를 쓰고 찾았지만 더 이상 그의 곁에 없다는 사실이 하나를 더욱 절망적으로 만들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노란색 상자를 하나 발견했다. 그건 오래된 휴대폰 하나였는데 잠금화면을 킨 순간 하나는 순간 울컥했다. 그와 성태가 찍은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밝게 웃는 성태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잠금화면 키패드를 열었다. 비밀번호 자판. 하지만 하나는 아무리 눌러봐도 그가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를 풀 수 없었다. 굳게 잠긴 성태의 마음의 비밀번호를 푸는 것 마냥 답답했다.
그렇게 잊혀가고 희미하게 기억 속에만 존재한 채 그로부터 1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30대가 되었고 하나는 유명한 대기업에 최연소 과장이라는 직급을 달고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여전히 그를 찾고 있었지만 반쯤은 포기할 무렵, 어느 날 발견한 누군가의 SNS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왜인지 모르게 낯익은 아이디. 그리고 사진 속.. 보라색 운동화. 남들은 모르겠지만 하나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첫사랑이자 오래된 친구, 고등학생 때 실종된 지 4년. 그렇다, 강성태였다.
겨우 연락할 방법을 알아낸 하나가 서둘러 성태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성태야]
딱 한마디만 보냈을 뿐인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레는 마음이 아니라 어쩌면 불안한 마음이겠지. 그가 자신을 기억 못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 누구세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하나는 다시 답장을 보냈다.
[나야, 하나야]
그렇게 기다리던 만남이 성사되었다. 카페 앞에 만남. 햇살 같은 노란색 머리칼에 연한 파란빛 눈동자. 하나가 좋아하던 그 모습. 성태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안녕?"
커피를 시키고 앉은 두 사람. 정적이 흐르고 성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해,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어.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
성태는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하나는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하나를 괴롭혔다.
“어떻게… 왜 사라졌던 거야?”
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시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어. 가족 문제도 있었고, 생활비를 벌 시간이 필요했어. 하지만 그때 너와의 관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성태는 슬프게 웃으며 하나에게 말했다.
"미안해.. 하나야."
웃고는 있지만 그 눈엔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고 하나는 그 슬픔을 왜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성태와 하나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성태의 목소리, 그의 웃음소리는 하나가 그리워했던 모든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하나와 성태는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과거의 아쉬움을 나누었다. 하나둘씩 쌓였던 그리움이 다시 사랑으로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재회 후, 그들은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갔고, 그리움이 사랑으로 변해갔다. 그들은 함께 산책하고, 영화도 보며 소중한 시간을 쌓기 시작했다. 성태와 함께하는 매일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정은 더욱 깊어졌다.
어느 날 밤 맥주를 마시며 별을 바라보면서 둘은 다시 만난 기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하나가 웃으며 성태에게 말했다.
“나도. 하지만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하나는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 순간, 성태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하나의 손을 꼭 잡았다. 서로의 손을 잡고,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후로 그들은 다시 사랑을 키워갔다. 성태는 하나의 마음속의 빈자리를 채워주었고, 하나는 성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매일 느꼈다. 과거의 아픔과 그리움이 이제는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갔다. 성태와 재회는 하나의 인생의 가장 큰 기적이었고, 하나는 기적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이제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서로의 사랑으로 가득한 날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앞으로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성태가 말했다.
하나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
“나도. 영원히 함께하자.”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사라진 시간 속에서 다시 만난 사랑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해, 성태야."
"사랑한다,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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