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꼬다리의 행복

감자 샌드위치에서 행복 찾기

by 샤이니율


오랜만에 감자샐러드를 만들었다. 요즘 감자가 제철이라 집에 감자가 많다. 보통 감자는 된장찌개에 넣거나 볶음을 해서 먹는다. 그냥 감자를 삶아서 먹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먹었던 감자샐러드가 떠올랐다. 이거다! 감자를 빠르게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




감자샐러드를 처음 만난 건 카페 알바를 할 때였다. 음료 외에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빵 2종류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햄, 치즈가 들어간 감자 샌드위치였다. 감자샐러드는 손이 많이 가는데 매니저님이 수시로 조금씩 만들어두셨다. 주문이 들어오면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냈다. 식빵이 없을 땐 바로 앞 빵집에 가서 부드러운 우유 식빵을 사 왔다. 말랑한 식빵을 깔고 감자샐러드와 생식용 햄, 치즈를 넣고 다시 빵을 올려 살짝 힘줘서 눌러줬다. 그리고 반듯한 네모 모양을 만들기 위해 빵의 가장자리를 돌려가며 잘라냈다. 마지막으로 대각선으로 4등분을 나누어 접시에 올리면 완성이었다.


도마에는 잘린 식빵 꼬다리가 남아 있었다. 김밥은 꼬다리에 재료가 많지만 샌드위치는 거의 중앙에 재료가 모여있어 상대적으로 꼬다리가 빈약하다. 하지만 돌아서면 배고팠던 대학생 시절, 이런 꼬다리라도 꿀맛이었다. 운이 좋으면 감자샐러드가 듬뿍 발려있는 꼬다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꼬다리가 먹고 싶어 주문을 받을 땐 샌드위치를 주문하길 내심 바라곤 했다. 이렇게 감자샐러드의 맛을 알게 된 후, 집에서 원 없이 만들어 먹었다. 큰 한 통에 만들어두고 긴 식빵을 사서 며칠을 먹기도 했다.

KakaoTalk_20230708_233747227_14-2.jpg 오이, 계란, 당근과 양파, 마요네즈를 삶은 감자와 섞는다. 재료를 만들 땐 힘들지만 섞을 때 제일 신난다.


감자샐러드는 우선 감자와 계란, 마요네즈가 기본이 된다. 이 세 가지만 넣어도 맛이 좋고 든든하다. 삶은 감자와 계란은 2:1 비율정도로 넣고 감자는 뜨거울 때 으깬다. 마요네즈는 2~3큰술을 넣어보고 맛을 보며 추가한다. 채소는 오이, 당근, 양파가 들어간다. 오이는 소금을 약간 쳐서 어느 정도 물기가 나오면 면포에 넣고 물기를 최대한 빼준다. 당근과 양파는 오일에 한번 볶아서 넣는다. 볶으면 식감은 줄어들지만 양파의 매운맛이 사라지고 당근의 단맛이 올라온다. 그래서 마지막에 설탕은 거의 넣지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약간 섞으면 새콤한 맛이 나서 좋다. 곁들이는 빵은 굽지 않은 폭식한 식빵, 모닝빵이 잘 어울린다. 빵 두께와 비슷하게 샐러드를 듬뿍 올려준다.

주의할 점은 마요네즈의 양이다. 많이 들어가면 부드럽지만 자칫 느끼할 수 있다. 그리고 수분이 많은 채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빨리 상한다. 냉장고에 보관하고 3일 내로 먹는 것이 좋다.

KakaoTalk_20230708_233747227_18-2.jpg 식빵이 길어서 네모모양으로 잘라보았다. 감자샐러드 두께는 두껍게 해야 맛있다.


감자샐러드를 만들다 보니 또 양이 겁도 없이 늘어났다. 식빵을 얼른 사와 감자샐러드를 듬뿍 떠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나눠 먹으려고 잔뜩 만들었다. 오늘도 도마에는 식빵 꼬다리가 남았다. 맛있게 먹었던 예전 생각이 나서 작은 통에 챙겨두었다. 빈약하고 모양이 뒤죽박죽 예쁘지 않지만 작은 행복 하나를 더 만든 것 같아 좋다. 꼬다리는 감자샐러드를 만드는 또 다른 기쁨이다. 내일 점심도 감자 샌드위치(꼬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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