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 만든 날이 잔칫날이지

잡채를 만드는 이유

by 샤이니율


우리 집에서 김밥 다음으로 주기적으로 만드는 음식이 있다. 바로 잡채다. 당면이 떨어지면 미리 채워놓을 정도로 잡채를 너무 좋아한다. 서너 가지 채소만 있으면 잡채를 만들 수 있어 반찬이 마땅치 않거나 무언가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을 때면 잡채를 만든다. 달콤 짭짤한 양념에 버무려 먹는 잡채는 밥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우기에도 좋다. 앉은 자리에서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우는 음식이다.




어렸을 때는 잡채를 잘 몰랐다. 결혼식 같은 잔칫날에나 먹는 특별한 음식이었고 잘 먹을 기회가 없었다. 채소를 일정하게 채 썰어 각각 볶아서 만들어야 하니 커서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뷔페에 가더라도 다른 색다른 음식을 먹으려면 잡채로 배를 채우면 안 되므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되어있었다. 잡채는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음식이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백종원 선생님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간단하게 잡채 만드는 법을 보게 되었다. 채소는 단단한 순서대로 한 팬에 한꺼번에 볶고 당면은 삶지 않고 불렸다가 양념장에 졸여 완성했다. 간단한 레시피에 과연 맛있을까 의심이 되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론 정식으로 만든 잡채에 비해 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간단하게 잡채의 맛을 볼 수 있다니 놀라운 발견이었다. 거기다 마무리로 참기름과 깨를 넣어주면 한 입 하지 않고는 못지나갈 정도로 맛이 좋았다. 그 이후로 잡채를 정말 많이 만들었다. 가족들, 친구들도 참 좋아해 주었다.


잡채에는 색을 맞춰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 계란지단이 들어간다. 나도 여러 가지 채소를 사용해 보았지만 지금은 간단하게 파프리카 노란색과 빨간색, 양파, 표고버섯, 어묵(생선 함량이 70% 이상 높은 어묵으로 고른다. 고기를 넣지 않아도 맛이 좋다) 마지막으로 부추를 약간 넣는다. 정말 재료가 없을 때는 당근, 양파, 파만 넣어서 삼색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맛이 좋다. 당면은 만들기 2~3시간 전에 찬물에 불려 놓는다. 채소는 양파를 먼저 볶다가 파프리카를 넣고 볶아준다. 어묵과 버섯은 마른 팬에 볶다가 간장과 설탕, 물을 조금 넣어 졸인다. 1차 조리가 끝나면 다른 팬에 간장, 다진 마늘, 설탕, 물을 넣은 양념장을 붓고 당면을 넣어 익힌다.


KakaoTalk_20230626_222355663.jpg 당면이 익으면 볶아둔 모두 다 넣고 버무려요. 제일 행복한 순간이예요! 어묵이 없어서 빠졌지만 맛은 좋아요 :)


당면이 거의 익었다면 불을 끄고 볶아둔 채소와 졸인 버섯, 어묵을 넣는다. 마지막으로 부추를 넣고 한번 섞어준 후, 참기름, 깨를 한 바퀴씩 둘러주면 끝이다. 남은 잡채는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 오일을 약간 두른 팬에 살짝 볶으면 금방 한 것처럼 맛이 좋다. 당면보다 채소의 비율이 높을 때가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채소를 따로 모아두었다가 다음날 비빔밥 재료로 넣어 먹는다. 당면을 더 불려 잡채를 한 번 더 해먹기도 한다. 이렇게 좋아하니 며칠 내로 금방 없어진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채소가 들어가지만 오일에 볶고 당면은 탄수화물 그 자체라 열량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국수처럼 먹다 보면 순식간에 사라지니 반드시 적당한 그릇에 덜어 먹고 있다.


KakaoTalk_20230626_222355663_01.jpg 예쁘게 보이고 싶어 채소와 버섯을 가지런히 담아봤어요!


잡채는 유난히 냄새가 좋다. 잡채 냄새가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평범한 하루도 금세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생일은 물론이고 힘든 날에도, 우울한 날에도 만든다. 하루가 어떻든 잡채를 만든 날은 신난다. 잔칫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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