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나만의 루틴

어딘가 부족한 루틴 3가지

by 샤이니율

루틴이라는 말은 작년에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뜻도 몰랐는데 하도 듣다 보니 이제는 낯설지 않다. 루틴은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마시고 명상을 하는, 나만의 의식적인 활동을 뜻한다. 루틴 만들기가 유행하면서 나도 이것저것 해보았는데 거의 다 실패하고 3가지만 실행하고 있다.




첫 번째 루틴은 일어나자마자 이불 개기다. 다행히 한 번 자리에 일어나면 잘 눕지 않는 성향이라 이불은 미련 없이 바로 잘 갠다. 그래서 더 빼놓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어쩌다 이불을 안 개고 나오면 하루종일 찝찝할 정도로 적응했다. 이불 개기는 하루 중 제일 뿌듯하게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불과 베개를 한꺼번에 덮어놓고 나간다던가, 이불을 펴둔 채로 각만 잡아서 둘 때도 있다. 특히 겨울 이불은 무거워서 정리를 못할 때가 흔하다.


두 번째 루틴은 이불을 갠 후 시작된다. 베란다에 빨래를 걷는 일이다. 빨래를 널면 낮동안 햇빛을 받도록 두는데 해가 지는 저녁에 바로 걷지 않고 다음날 아침에 정리한다. 아침에 정리하는 것이 좋아 그렇게 하고 있다. 전날 입었던 옷은 옷장 손잡이에 잠시 걸어두었다가 빨래를 걷으러 가면서 베란다에 걸어두기도 한다. 햇빛과 바람을 소주면 소독도 되고 혹시 남아있는 냄새도 날아가니 자주 빨지 못하거나 잠시 입었던 옷은 이렇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엔 빨래를 미루게 돼 빨래 걷는 것을 잊어버리고 며칠씩 걸어둘 때도 있다. 쌓인 빨래를 몰아서 하면 빨랫줄이 빡빡할 정도로 널어야 하니 걷을 때도 한 짐이다. 소독할 옷도 양손이 무거울 정도로 걸어놓는다.


마지막 루틴은 얼마 전에 만든 루틴이다. 오후에 차 마시기다. 차를 매일 마시는 건 좋지 않다고 해서 매일 하진 않지만 생각날 때마다 하려고 한다. 차 마시기는 휴식할 때 도움이 되고 명상에도 좋다고 해서 해보고 싶었는데 도구가 없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다. 잎차를 선호해서 입구에 망이 있는 미니 티팟을 들였는데 잘게 잘라진 잎이 망을 뚫고 나왔다. 티망이 따로 나오긴 하지만 티망 받칠 접시도 필요하고 번거로워 사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면티백을 발견하고 사용하게 되면서 차 마시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잎이 아무리 작아도 면을 뚫고 나오진 못했고 무엇보다 얇은 티백 하나면 잎을 같이 마실 일이 없으니 간편해서 좋았다. 이제는 차를 따르면서 잎이 나올까 신경 쓰지 않고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대신 면티백이라 씻어 말리는 게 귀찮아 한 번 마시면 한동안 안 마시기도 한다.


KakaoTalk_20230927_211936933.jpg 차 마시는 일은 우리고 따르고 보온병에 옮기는 과정이 있어 특히 더 의식 같다.


매일 일정하게 해야 루틴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못하면 지레 포기했다. 이러다가 루틴은커녕 일상이 엉망이 될 것 같아 어떻게든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루틴을 해보기로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게 무슨 루틴이냐 하겠지만 하다 보면 정말 루틴이 되고 습관으로 자리 잡으리라고 믿는다. 내가 하는 루틴은 일상 속 소일거리지만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다. 왜 루틴을 그토록 만들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루틴을 꾸준히 해서 마음 살피는 일을 잊지 않아야겠다.

keyword
이전 09화선물포장은 심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