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야구팀 뉴욕 양키스의 포수였던 요기베라(Yogi Berra) 선수가 남긴 말이자 이십 대 중반 무렵 취업 준비생이었던 시절 나의 좌우명.
취준생이었던 나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주문 'R=VD(Reality=Vivid Dream)'과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를 틈 날 때마다 되뇌곤 했다. 수 차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고, 겨우겨우 올라간 최종면접에서 몇 번이나 고배를 마시던 나에게는 어떠한 굴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용기와 희망이 필요했으니까.
더군다나 MBTI가 파워 J 인 나는, 딴에 면접을 확실하게 준비해보겠노라고 '면접 질문 리스트 50개' 따위를 다운로드한 뒤 질문에 대한 나만의 대답을 만들어 그 대본을 줄줄줄 외곤 했다. 마침, 그런 리스트에 자주 등장하던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의 좌우명은 무엇입니까?'였는데, 야구는 잘 알지 못해도 요기베라의 한 마디는 면접관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며, 좌우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유명 스포츠 선수의 명언을 꺼내든다면 내 스스로가 무척 활동적인 사람으로 내비쳐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나의 전략적인 좌우명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요기베라의 한 마디는 나에게 나름의 역사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마음이 편해진 나는 한동안 이십 대 중반을 장식했던 '한 줄의 명언'을 잊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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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그리고 오랜만에 '그 말'을 다시 맞닥뜨렸다.
퇴사를 선언하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다.
끝이 보이기 때문에 끝난 줄로만 알았다.
퇴사의 트리거(trigger)가 되었던 그것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곧 떠나는 마당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웬걸. 인생은. 아니 회사는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의 끝은 나에게만 국한되어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회사에서의 일상은 여전히 평행선 상의 한 점이었고, 나는 아직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소진할 수 있는 대체제였다.
꽤 큰 허탈함에 웃음이 나왔다.
여전히 스트레스가 과했다.
퇴사를 알리면 마음은 홀가분할 줄 았는데, 그것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는 '왜 내 마음먹기 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알량한 책임감 때문인 걸까.
단순히, 편안히, 마음먹으면 될 것을 나는 왜 그게 되지 않을까. 이유를 생각하는 자체만으로 또 스트레스였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다.
머릿 속에 가득 낀 안개가 사라지면 좋겠다.
그런데 마음이 편안해 지는 방법이 있긴 한가요?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인가요.
생각보다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