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시
박성현
나는,
흰 파도가 가른 바다처럼
가파르게 갈라졌다
기억과 육체도 쪼개져
쓰레기처럼 떠밀려 다녔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나는,
나는,
알고 있었을까
1인용 식탁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는 아내도
아내를 바라보던 나도
나와 아내가 묻었던 수줍은 강아지도
파도가 갈라놓은 흰 바다를
기억하고 있었을까
죽음을 중지하라는
유월의 요구가 북해로 향할 때
이미 그곳에 있는 것이다
나는,
계간 <미래시학> 2023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