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가장 멀어지는 시간 오후 3시

by 자씨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낮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온종일 뛰고 오르고 웃고 울며

에너지를 분출해내고 있어.


그 많은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니?

네게 힘이 솟아날 때마다

엄마는 힘이 줄어드는 걸 보니

엄마의 에너지를 네가 쏙쏙 가져가는 것 같기도 하고.

너에게는 뭐든 줄 수 있지만

넘어질 때 달려가 일으켜줄 수 있는 정도는

남겨두고 가져가렴.


너와 나의 에너지 간극이

가장 크게 벌어질 때는 보통 오후 3시쯤이야.

오전부터 열심히 논 너는

넘치는 에너지와 살짝의 지루함이 섞여

이곳저곳을 탐색하고,

나는 너와의 매 순간에 감사하면서도

저녁식사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계산하며 시계를 흘깃하게 되는 때.


그래서 이제는 아침이면, 때로는 전날부터

그때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고민한단다.

오늘은 집 근처 강변에 산책을 다녀왔어.

창문을 열었는데 날씨가 참 좋았거든.


산책길에 너를 멀리서 보았는데

세상에!

매일 봐서 작고 큼을 가늠할 수 없던 네가

어찌 그리 조그맣고 작은지.

저 작은 얼굴에 눈, 코, 입이

오밀조밀 들어앉아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놀랍고 귀여웠어.

오랜만에 너를 만났을 때의 감격도 떠오르고 말이야.


이제는 네가 걷는 모습을

아장아장이라고 표현하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는 바람을 가로지르듯

온몸과 팔다리를 휘저으며 걸어.

아니 뛴다고 표현을 해야 할까.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 내일 오후 3시에는 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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