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을 쓰다
햇살 좋은 날 자전거로 한강을 달리다.
아빠와 신나게 페달을 밟는 아이를 눈부시게 바라보며 소망 하나 떠오른다.
' 많은 가정이 이렇게 살아났으면 좋겠다.'
가정을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 아빠들의 일자리는 정규직이어야겠다. 엄마에게는 최소 3세까지는 육아휴직을 보장해 주면 좋겠다. 역할이 바뀌어도 상관없겠지. 조금 벌어도 계획적으로 살뜰하게 소비할 수 있을 테고 나라 내수 경제도 살아나겠다. 가정이 안정되면 아이들의 초기 인성교육도 가정에서 가능해질 게다.
'다른 인류 같은 요즘 아이들' 안정적으로 바르게 자랄 텐데.
사회는 학력에 따라 차별하는 불평등한 구조가 아니면 좋겠다.
임금 격차를 확 줄이면 모두 다 대학 가야 하는 불필요한 낭비들 진정될 게고, 학교는 좀 더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 게다. 공의가 뭔지, 인간답게 사는 게 뭔지, 아픔을 공유하는 게 뭔지, 진정 이웃과 이 나라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마음이 생길 텐데.
나라는, 정치는 봉사하며 신뢰받으면 좋겠다.
젊을 때 힘써 일하게 일자리 공정하게 만들어주기, 세금 당당하게 잘 내게 하기. 세금 공평히 잘 분배하기.
아이 학원 안 보내도 되게 공교육으로 해결해 주기, 그래서 학원비 대신 돈 살뜰히 모아 일이 년에 한 번은 나라 밖으로 여행을 갈 수 있게 하기.
가장 중요한 것! 젊은 날 열심히 일한 후 노후는 인간의 품위 잃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보장해 주기.
아, 대한민국 사람들 나눠지지 말고 서로를 품어주면 좋겠다.
희끗한 어르신이 자전거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매달고 달리신다. 나와 다르다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분노하지 않고 귀엽게 봐주고 그분의 건강을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월호 노란 리본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니는 것을 그분들이 보고, '아직도 그 엄마들은 얼마나 아플까' 이해해 주는 날이 올지 몰라.
자본주의가 짐승과 같아,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 자본주의를 보수하는 것보다 완전히 망하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어느 학자의 말을 난 인정할 수도, 그날을 기다릴 수도 없다. 망하기 전에 너무 많은 힘없는 자들이 먼저 스러져갈 테니까. 그리고 결국 우리 모두 다 사라지고 말 테니까.
벼랑으로 향하는 질주를 멈추고, 우리는 두 바퀴로 아름답게 눈부시게 달려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