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부심벨
산을 깎는 사람, 산을 옮기는 사람

by 순쌤


신전의 나라 이집트의 최남단 아스완을 가는 이유는 람세스 2세의 아부심벨 신전을 보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산 하나를 온통 깎아 만든 거대한 신전을 보고 놀란다. 이집트의 신전들을 보면 람세스 2세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집트의 가장 강력한 군주였던 그는 곳곳에 자신의 모습을 조각으로 남겨놓는다. 조각으로만 봐도 잘생긴 얼굴에 다부진 몸하며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아부심벨은 그 대표적인 곳으로 자신의 거상 4개를 조각한 대신전과 바로 옆에 아름다운 부인 네페르타리를 위해 건축한 소신전으로 되어있다.


20m가 넘는 거대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그의 위용 앞에 서면 인간이 그냥 작아지는 거다. 그를 보러 오는 수많은 관광객이 우와~ 하며 사진을 찍는데,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그의 발아래 오밀조밀 모여있는 장면이 마치 신 앞에 제사를 지내는 인간들의 군상과 같다. 그의 권세는 그의 바람대로 죽지 않고 영원한 것 같다.


그런데 원래 이 신전의 위치가 이곳이 아니었단다.

이 대단한 유적이 사라질 위기가 있었다. 1960년대 바다와 같이 넓은 아스완 하이댐이 건설되면서 신전이 있는 산이 물에 잠길 운명에 처한 것이다. 인류의 유산을 구하고자 세계의 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모여들었다. 지혜와 힘을 모았다. 결과는? 산을 통째로 옮기기로!

거대한 신전 둘과 산을 통째로 63m 높은 곳으로, 120m 서쪽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산을 조각조각 잘라서 돌조각 하나 상하거나 변형 없이 고스란히 옮겨놓는다.


이게 말이 되나. 설명을 들으면서 입이 벌어진다. 이렇게 세계인이 옮겨놓은 유산이 이집트에만 몇 개가 있다고 하니 이집트는 복 받은 나라인지 대책 없는 나라인지 모르겠다. 세계인의 염려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유산을 수몰시키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하는 이집트 정부도 대단하며, 그것을 통째로 옮길 생각을 하는 사람들 하며, 실제로 완벽하게 해결해 낸 기술자들도 대단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열을 판단하기 어려운 인간의 욕망과 재주가 끝이 없음을 느낀다.


오후에 들른 펠레섬에 있는 이시스 신전도 수몰 위기에서 건져낸 작품이다.

이 신전에서 펼쳐지는 빛과 소리의 쇼를 보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검은 바다를 건너오다.

영어로 진행되는데 엄청 분위기 잡고 대본을 솰라살라한다.

오시리스와 이시스에 대한 이집트 신화일 것이다.

이집트야말로 신들의 나라, 신화의 나라이다. 사실 신화의 원조는 이 나라인데,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신화의 대명사처럼 인식한 것은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유럽의 그리스라는 편견이 작동했던 게 아니었을까.

이집트의 모든 유물, 유적은 신화에 근거해 있다. 오시리스와 나쁜 동생 세트, 그의 여동생 이시스, 그 둘의 아들 호루스 그리고 어쩌구 저쩌구 전투에다 긴긴 이야기...

나는 좀 지루하다. 아이들은? 지들끼리 까부느라 정신이 없다.


keyword
이전 03화3. 연말이면 적금 타서 사막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