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야유회
우와. 우리 부자야?
이건 진짜 태어나 처음이다!
결혼 전부터 해오는 운동이 하나 있답니다. 기간으로 치자면 십여 년이 되어가네요. 회사 출근해야 하는 평일은 늦잠이면서 주말만 되면 새벽같이 일어나 운동을 하러 가곤 했지요.
바로 테니스인데요. 좋아하는 만큼 실력도 늘면 좋으련만 다 맘 같지는 않나 봐요. 다시 태어나면 반드시 어릴 적부터 라켓을 들리라, 생각이 들 정도로 애착이 가는 스포츠랍니다.
남편의 취미도 테니스인데요. 함께 속해있는 테니스 동호회에서 오랜만에 1박 2일 야유회를 가게 되었고, 마트팀을 맡게 되었지 뭐예요. 20인분 이상의 식음료를 생각해야 하는 놀란 엄마와는 반대로 아이는 벌써부터 카트에 담을 물건생각에 싱글벙글입니다.
야유회날 아침. 대형마트에 도착하자마자 카트 두 개는 필요한 거 아니냐면서, 투스텝 밟아가며 커몬커몬! 빨리빨리를 외치는 아들입니다. 아직까지도 마트에 가면 카트에 올라타고파 하는데 오늘은 어쩐 일로 예욉니다. 먼저 말하네요, 튼튼한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근육맨이 되었으니 직접 카트를 밀겠다고 말이죠.
키 만한 카트를 밀며 참이슬 사야지? 맥주 사야지? 하면서 테니스 삼촌들 취향도 바로 캐치합니다. 그런 후 뽀로로 음료 한 박스도 으차으차 들고 옵니다. 포카칩 한 박스도 툭 넣고, 라면도 넣고 김치도 넣고, 햇반, 닭강정, 야채세트, 토마토, 귤, 바나나... 끝이 없을 것 같은 장보기가 이어지네요.
'이런 건 태어나 진짜 처음이다. 맞지 엄마. 부자 같다 우리. 태어나 처음이다, 이런 건!' 일곱 살 인생 최대의 장보기 경험을 하는 아이는 이 상황이 꿈만 같나 봅니다. 신나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에 엄마도 아빠도 덩달아 마음이 한껏 들뜨는 야유회 마트팀입니다.
뱃속에서부터 코트장을 드나들던 아들은 '나도 가서 연습 많이 해야지!' 외치며 신나게 놀고먹고 또 운동할 생각에, 가는 길 내내 기대감 뿜뿜인가 봅니다. 아이가 즐거워하니 배로 즐거워지는 차 안입니다.
음악 하는 집안에서 음악가가 나오고, 의사집안에선 의사가 나온다고들 하는데요. 우리 집안에선 어떤 아들이 나오려나 잠시잠깐 상상해 봅니다. 테니스 선수까지는 모르겠으나, 취미로서 즐기고 좋아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은 욕심은 나네요. 무엇보다도, 가족 간에 공통되는 취미가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기쁘지 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을 할 때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게는 테니스입니다." -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로저 페더러는 스위스의 프로 테니스 선수였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237주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하여 역대 최장 연속 랭킹 1위 기록을 세웠다. 또한 그는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20개 보유하고 있다. (출처: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