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판사가 될래

아들의 스무 번째 꿈

by 김혜진





어서 이곳에서 이사를 가시오! 쾅쾅쾅.




아침 등원 길에 손을 내밀어 보라 하기에 손바닥을 내밀었더니 '쾅쾅쾅! 이제부터 내가 판사다!'라고 선언하는 아들입니다. "엄마. 난 판사가 될 거야!" 갑자기? 하며 의아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해 봤어요.





"소방관이랑 경찰관, 그리고 건축가 될 거랬잖아."


"어. 될 거야. 경찰관도 하고 버스 운전도 하고 청소차도 다 운전할 거야. 소방관도 될 거고, 자동차 디자인도 할 거고, 기술자도 될 거야. 가우디처럼 건물도 만들고 그리고 판사도 될 거야. "


"엄청나네! 근데 판사가 뭐 하는 직업인지 알아?"


"알지. 배웠지. 잘못한 거 바로잡아주는 분이야. 쾅쾅쾅 판사봉이 있거든."


"뭘 바로잡고 싶은데? 어디에 판사봉을 사용할 건데?"


"할머니 동네에 있는 시멘트(레미콘) 공장을 이사하라고 할 거야. 덤프트럭도 위험하고 미세먼지가 많이 나잖아. 맞지? 그리고 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할 거야. 지구를 위해서 도로에 차들도 전기차로 다 바꿔야 하고. 그래서 판사가 돼야 해 "


"그렇구나. 근데 그 직업들은 어떻게 다해? 일이 너무 바쁜데?"


"괜찮아. 다 할 수 있어. 나쁜 사람들 아침에 잡고, 운전하고 판사 하면 돼. 아 바쁘다 바빠. 집에 좀 늦을 수도 있어. 엄마도 하는 일이 많고 나도 많네. 다 야근이겠네."





야근이라니... 아이의 조곤조곤한 말대답에 헛웃음이 났네요. 어린아이답게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게 많아지는 건 알겠으나 생각하는 정도, 그 깊이에 많이 컸구나 싶었네요. 말하는 모든 것들 중 무엇을 기억에 남아하려나 궁금하기도 하고요.



어릴 적 생각하는 공상들이 알고 보면, 어른이 되어 진짜 이루고픈 것들의 일부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데요. 아이가 판사라는 직업을 떠올린 것의 밑바탕에는 어쩌면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엄마의 마음으로 유추해 봅니다.









꿈은 크게 꾸어라.

당신 스스로 당신의 꿈을 허락해라.

당신 아이들의 꿈에도 불을 지펴라.

- 랜디 포시(Randolph Frederick "Randy" Pausch)


일전에 읽은 미국 카네기멜런 대학의 랜디 포시 교수의 책 <마지막 강의> 중 기억에 남던 구절이 생각나네요. 어릴 적 품은 꿈이 알고 보면 굉장히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어릴적 나의 꿈 그리고 어린 아들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며, 감명 깊었던 글 다시 한번 떠올려봅니다.



keyword
이전 13화피아노 버스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