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인형 끼끼
끼끼야, 오빠 다녀올게. 이따 만나자.
끼끼는 아이의 인형 이름인데요. 신생아 베개였던 인형이 의도치 않게 아이의 둘도 없는 애착인형이 되었답니다. 아들은 끼끼가 있어야 잠이 잘 온다며 밤마다 토끼를 옆에 눕히고선 '끼끼야, 심심했지? 오빠가 일찍 왔어. 많이 기다렸어?" 한두 마디 해준 뒤에나 잠이 드네요. 엄마도 좋은데 사실은 끼끼가 더 좋아, 라며 비밀인 듯 비밀 아닌 양 얘기해 주곤 하고요. 그럴 때면 '엄마도 끼끼 너무너무 좋아해' 하고 대답해 준답니다.
낡고 낡아서 여기저기 꿰맨 자국도 많답니다. 그렇지만 아들에겐 최애 사랑하는 '동생'이기에 함부로 처리할 순 없지요. 헤어진 곳을 서툴디 서툰 바늘 솜씨로 꾀어주면, 아이는 무척이나 고마워하면서 '이제 아프지 마' 하고 꼭 안아주며 얘기를 한답니다. 진심 어린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네요.
지저분해져서 세탁이라도 할라치면, 깨끗해지는 건 좋지만 분명히 상처가 많이 날 거라고, 세탁기에는 넣지 말아 달라 간절히 부탁을 해서 최대한 살살살 손빨래를 하고 있답니다. 우리 집에 온 지 햇수로 7년이 넘어가는 사실은 동생 아닌 누나인 끼끼. 뭔가 좀 더 대대적인 리폼이 필요할 것 같은데 손재주 없는 엄마는 어찌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네요. 아직은 이대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집 둘째인 끼끼는 아들에게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있어 '사랑' 그 자체이지 말입니다.
"내 아들의 좋은 친구는 나의 아들이기도 하다." - 로이스 맥마스터 부욜(Lois McMaster Bujold)
애착인형이 아이들에게 받는 사랑. 그리고 아이들이 애착인형에게서 받는 위로. 심한 집착은 아이의 상태를 심도 있게 관찰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어느 정도의 애착할 수 있는 대상이 곁에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심적 안정감 주는 것이기에 충분히 허락해도 좋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