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시작과 끝이 찾아왔다.

사람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by 윌레풀la sante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것,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며칠 전, 아빠가 암 판정을 받았다.

동네 병원에서 암인 거 같으니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엄마가 먼저 알고 난 후 자녀들인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가족들은 믿기지가 않은 상황이면서도 또 결국은 올 것이 왔다라며 받아들였다.
이제는 쉬어야 함을 알리고 있다는 것과 지금까지의 수고가 병을 얻기 위해서였을까 싶기도 하면서, 현실이면서도 너무 현실 같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마주한 아빠가,
그날은 유난히 목소리도 작고 조용하셨다.
암이라는 걸 믿기지도 않아 하시면서, 또다시 살아갈 에너지는 가지고 계시고 덤덤하시기도 하셨다.

건강이 사라진다는 건, 존재가 사라진다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빠가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가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게으르면 안 돼” “부지런해야 된다”
잔소리였고, 관심이었고, 사랑이었다.


그날, 나는 새로운 사업장 계약을 하기로 한 상태였다.
텅 빈 것 같은 거리와 공간, 날씨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집에 와 창문을 닫고 불을 켜는 순간, 이상하게도 “시작”이라는 단어가 실감 났다.

불안했다.
아빠가 아픈데 내가 뭔가를 시작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말을 걸고 싶어서 이 공간을 만든 거구나.”

고객에게, 이웃에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무언가를 나누고 싶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말과 사람이 모이는 공간.
어쩌면, 다른 병들도 있어서 수술이 회복이 더딜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내 안의 말들을 더 꺼내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빠의 침묵에서, 삶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내 시작의 소란 속에서, 또 다른 고요함을 만났다.

아빠는 말이 줄어들었고, 나는 말을 시작했다.
그것은 슬픔이었고, 동시에 연결이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건강을 잃어가는 아빠의 이야기부터.
새로운 공간을 통해 만날 누군가의 이야기까지.

사람은 말로 존재하고,
그 말은 또 다른 사람의 삶 안에 스며든다.
그게 이야기고, 그게 내가 담고 싶은 것이다.


같은 날,
누군가는 건강을 잃었고
누군가는 말을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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