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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ug 26. 2024

동결배아 첫 이식, 기대는 사치겠지

감기에 초음파까지 말썽이었으니

동결배아를 이식하는 날, 난임센터에 내원해 피검사부터 받았다.


"어제 피검사 했는데 또 해요?"

"호르몬 수치도 확인해야 하고 확실히 해두는 게 좋아서요."


주사가 너무 싫은데 연달이 피를 뽑다니. 기침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 잤기에 아침 컨디션은 그리 좋지 못했다. 잠이 들만하면 기침이 미친듯이 나오니 이식을 받는 것도 걱정이었다. 제발 그때만은 기침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봐야 알기에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시술은 받기 전 과정은 너무나 간단했다. 원장님을 보고 나서 시술을 받는다기에 초음파를 하는구나 싶었지만 생각과 달리 동결된 배아 상태를 설명해 주는 시간이었다. 해동을 하면서 배아한테 영향이 가는데 다행히 중상급이라며 좋은 편이라고 하시길래 뭣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배아의 상태에 따라 임신이 될 확률이 높아지기는 하는데 좋다고 무조건 착상이 잘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결국은 앞뒤 불문하고 착상이 이루어져야 임신이라는 소릴 들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직 한 번도 두 줄을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그러려나.


"신분증 확인할게요, 여기서 옷 갈아입으시고 회복실로 오시면 됩니다."


시술을 받으러 3층으로 오라는 소리에 대기실에서 남편에게 가방을 맡겼다. 시술이 워낙 간단하고 빠르기에 혼자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일부러 시간을 빼준 남편이 있어 마음이 훨씬 든든하고 가벼웠다. 회복실은 몇 번을 왔지만 적응되지 않는 곳이었다. 여러 침대가 놓인 것만 봐도 내적 우울감이 생긴달까.


"이쪽으로 오실게요."


인공수정과 난자채취 때와 전혀 다른 장소로 안내받은 나는 지시대로 침대에 누워 자세를 잡았다. 분위기는 인공수정과 비슷하긴 한데 떨리는 마음은 감춰지지 않았다. 나처럼 긴장한 사람들이 많은지 선생님들이 웃으면서 질문을 해주고 긴장을 풀어주었다. 겁이 날 수 있겠지만 살짝 불편할 뿐 절대 아프지 않다고.


"자, 시술 들어갈게요."


머지않아 원장님이 들어오고 첫 이식 시술이 시작되었다. 배아 이식을 하는 과정은 인공수정과는 조금 달랐다. 인공수정은 정자를 깊게 넣어준다면 시험관은 배 초음파를 하면서 보이는 자궁에 배아를 이식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곤란했던 점은 두 가지였다. 초음파의 세기와 보이지 않는 자궁.


이식 전에 미리 전달은 받았지만 초음파가 생각보다 많이 불편했다. 원장님이 시술을 준비한다면 옆에선 초음파를 해주는 선생님이 따로 계신데 누르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뱃가죽을 등가죽에 붙이는 것처럼 세게 누르는데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랄까.


하라는 대로 호흡을 뱉긴 했지만 누르는 힘이 더 세진 건 보이지 않는 자궁 때문이었다. 배아 이식을 할 때는 많은 의사들이 시술 전에 물을 마시라고 하거나 소변을 참으라고 하는데 그건 초음파를 위한 것이었다. 방광이 차 있어야 자궁이 잘 보인다고.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 나는 텅 빈 셈이었다.


"방광이 차지 않아서 자궁이 초음파로 잘 보이지 않아요. 다시 봐볼게요."

"잘 참을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호흡하면서 힘들어도 참아 내겠다는. 전보다 가해진 힘이 배를 마구 억누르며 재차 초음파로 자리를 찾았지만 역시나 뜻대로 되는 건 없었다. 옆에 있는 선생님의 힘으로도 안되는지 원장님까지 합세해서 배를 눌러도 결과는 똑같았으니까.


"자궁이 아직 잘 보이지 않는데 일단 배아 이식할게요."


인기만큼 그간 거친 환자가 많을 테니 믿을 수 있는 건 원장님의 감이었다. 이식할 때 뻐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초음파로 인해 그걸 느낄 새는 없었다. 배아를 이식하는 건 정말 빠르고 간단했다. 나는 화면으로만 볼 수 있기에 설명을 한다면 안에 바늘 같이 보이는 게 조금씩 움직이며 무언가 주입되는 식이었다.


"이식은 잘 되었고, 여기에 반짝이는 거 보이죠? 그게 배아예요."

"아, 네."

"그럼 오늘 좋은 꿈 꾸세요."


아프지는 않았지만 왜 허전하고 공허한 기분이 드는지. 시술이 끝나고 양옆으로 회복실 선생님들이 와서 직접 이불을 끌어 머리를 위로 올려주었다. 다리 부분도 비스듬히 각도를 만들어 올려준 후 나는 이끌리듯 회복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한 시간의 안정을 가질 시간이 주어졌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내 시술 시간은 평균보다 조금 길었다고 했다. 여러  선생님이 찾아와 상태를 체크하고 배아의 사진을 보여주며 착상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나는 4일 배양이었고 2-3일 안에 착상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당분간 최소 일주일은 무리하지 말고 배에 열이 가해지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서.


"선생님, 제가 지금 감기에 걸렸는데 기침은 괜찮나요?"

"기침이나 변비로 많이 물어보시는데, 기침을 한다고 해서 배아가 떨어지진 않아요."

"그럼 괜찮은 거예요?"

"만약에 착상이 되지 않는다면 몸의 컨디션으로 인한 확률이 많아요. 감기면 우선 푹 쉬셔야 해요."


보통적인 콕콕거림을 느끼면서 집에 도착한 나는 기침 지옥에 빠져들었다. 그나마 이식할 당시에는 얌전해서 다행이라 여겼는데 푹 쉬기는 개뿔, 한 번 터진 기침은 멈출 기미 없이 반복되었다. 기침이 심해 배는 당기고 덕분에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이런 나에게 착상의 기대는 사치겠지.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임신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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