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은 같은 곳에 있다
살다 보면 가끔 중요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 안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그곳에 둔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단 말이죠. 기억해 내려고 바둥거리다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할 때 즈음 되면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어디서든 나오겠지.' 라며 마음을 고쳐 먹게 됩니다. 그래야 마음도 편하고 머리가 지끈거리지도 않으니까요. 이렇게 그 물건을 놓아버리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오히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뭔가를 찾지 못할 때에는 그냥 그것을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러는 편이 나 자신에게 더 이로운 판단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마음에 관해서는 그게 그렇게 되지 않거든요. 특히 좋지 않은 마음은 잘 놓아지지가 않습니다. 두렵거나 걱정되거나 상처받았거나 하는 그런 것들 말이죠.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떠다닐 때면 감정도 불안해지고 머리도 지끈거리고 당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데요. 그런 마음들을 지우려 노력할수록 벗어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책 속의 많은 멘토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 그것을 종이에 옮겨 적고 왜 그러한 기분이 드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조언도 있고,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므로 작은 성공을 계속 만들어가다 보면 이겨낼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상대방의 화를 내가 받지 않으면 그 화는 여전히 상대방의 것이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요. '분노'라는 감정을 물건으로 비유한 이 말이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마음과 감정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거든요.
두려움에 관해 생각해 봅니다. 두려움은 언제든 내 마음을 어지럽힐 수는 있지만 그 원인은 실재하지 않습니다. 벌어지지 않은 일에서 시작하는 것이 두려움이기 때문인데요. 어떤 사건이나 결과가 자신에게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 것이라 예상을 하면 두려워지는 것이죠. 즉, 두려움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어떤 것으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현재에는 아직 나에게 벌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원인이 되는 사건이나 결과가 100% 나에게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어느 연구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의 약 85%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15%의 경우에도 예상보다 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죠. 이쯤 되니 15%의 확률로 일어날 일에 대해 두려워했던 나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네요.
상처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상처와 관련된 감정들은 과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미 일어나지 않은 사건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과거 어떤 사건에 의해 받았던 상처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상처가 나면 가만히 내버려 두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상처를 들추고 후벼 파려고 하면 치료가 되지 않겠죠. 그런데 우리는 그 상처를 싫어하면서도 아물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어떤 일을 후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죠.
마음이 괴로울 때는 현재의 나로 돌아오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만약 자신도 모르게 과거나 미래로 가 있다면 그것들을 놓아주면 됩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실재하는 지금 뿐인 것이죠. 지금 내가 마주한 현실이 과거가 되고, 지금 내가 준비한 미래가 현실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만이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유일한 진리인 것입니다. 아무리 마음이 제멋대로 날뛰어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장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감정이 짓누른다고 해도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그것들을 놓아버릴 수 있다면 말이죠. 이렇게 놓아버리는 연습을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많이 놓아 버릴수록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임을 이제 알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