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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언니 Feb 21. 2024

<골드미스 프롤로그>

어쩔 수 없이 골드미스가 되어가는 그녀의 스토리 - #2


#2
회사 언니



“면세점에서 사면 얼마나 할인해 주는 거야?”


나은이가 눈을 반짝이며 면세점에서 구매하면 할인율이 얼마나 되는지 은경이에게 물어본다.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오며 샀던 운동화도 면세점에서 구매했었는데 은경은 면세점 쇼핑의 달인이다. 워낙 구력이 붙어 카드사 별로 있는 혜택들도 다 꿰고 있다.  


“일부러 카드도 면세점 할인 큰 걸로 바꿨어.”


“그런 게 있어? 나도 가르쳐 줘.”


순수한 목소리로 질문하는 나은이는 생활정보가 전반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입사 후 직장 동료로서 데면데면하게 인사만 하다가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워낙 모르는 게 많아 은경이가 항상 쫓아다니면서 알려준다. 은행도 시중은행 밖에 모르던 아이여서 그냥 은행과 저축은행의 차이는 물론이고, 저축은행으로 적금을 들면 뭐가 좋은지 구구절절 설명해 줬다. 다행히 말은 잘 들어서 설명해 줄 때마다 바로 실천하는 것이 은경이가 언니로서 보람을 느끼게 하는 동생이다.


다만, 30대로 들어섰음에도 아직 진정한 고급스러움이라는 것을 잘 몰라 아무 쇼핑몰에서나 옷을 사 입는다. 소재가 고급스러워야 옷에 정을 붙이며 오래 입는데  나은이는 자주 사고 자주 버린다. 명품은 비싸지만 요즘엔 카드 할부가 잘 돼있어서 다달이 갚을 수 있기 때문에 은경이는 직장 여성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며 산다.


“근데 요새 왜 이리 결혼을 많이 하냐. 도대체 어디서 들 만나는 거야?”


“그… 내 친구 중에 이번에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결혼하는 애 있거든. 회계사랑 가잖아”


익숙한 호텔명이 나오자 다들 귀가 솔깃해졌다. 게다가 소영 대리의 친구라면 본인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전문직과 결혼하다니. 들어볼 만한 이야기라는 확신이 생긴다.


“주영대리는 전에 봤잖아. 현대에서 임원 비서하는 내 친구! 원래 계약직이었는데 일 잘하고 임원들이 예뻐해서 정규직으로 바꿔줬대.”


“아… 그 예쁜 언니?! 키도 꽤 크고 예쁘던데…”


소영대리가 옆에 있던 후배 주영이에게 물었다. 덕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영대리의 친구의 신분에 공신력이 생겼다.


“근데 걔 부모님 돌아가시고 고모가 키웠잖아. 전문대 나와서 바로 일 시작한 케이스야. 그래도 예비 시부모님한테 그렇게 잘해서 부산 마린시티에 신혼집 매매해서 가니까 이제 인생 폈지. 부럽긴 한데 호텔 결혼식으로 준비하니까 하객마다 주차 등록하고 식사 메뉴 고르고 꽃도 따로 골라야 되고… 만만치 않더라고.”


“와… 집도 남자가 해 오는 거야?”


“응 걔가 뭐가 있겠어. 고모랑 정말 어렵게 살았는데 그리고 시아버지가 은행에 엄청 오래 계셔서 유복하대. 남자 친구도 전문직이고.”


“헐… 완전 신데렐라네. 시집 잘 가서 좋겠다.”


아직 미혼 상태인 점심 멤버들의 입에서 질투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현대판 신데렐라. 봐주는 사람 없이 현실의 냉혹한 철퇴를 맞기 시작하는 30대 미혼 직장 여성들이 가장 꿈꾸는 장래희망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서 결혼은 비즈니스고 상대의 니즈를 채우지 못한다면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딜이기 때문에 소영대리 친구 같은 케이스는 ‘카더라’ 통신이 전하는 입소문일 뿐이라고 은경이는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사가 있는 거 아니야? 나도 결혼 잘하고 싶은데 돈 주고 그냥 결정사나 가볼까?”


나은이의 당돌한 멘트에 은경이는 헛웃음이 나왔다. 세상물정을 몰라서 속이 편한가 보다. 뉴스에 나오는 결혼정보회사의 남성이 선호하는 여성의 조건에 나은이는 거리가 멀다. 연봉 수준도 한참 떨어지고 집안 사정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에 배경적인 조건이나 모아놓은 돈도 턱없이 부족하다.


“아우 결정사는 아무나 가나…”


혹시 모를 나은이의 무모한 도전을 방지하고자 은경이 부리나케 말을 잘랐다. 어차피 점심시간도 지나가는 마당이라 은경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들 주섬 주섬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났다. 오늘의 점심 수다가 답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아쉽지만 역시 30대 여자의 인생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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