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골드미스가 되어가는 그녀의 스토리 - #3
#3
충동적인 동생.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 산 신발은 사실 2켤레다. 면세점에서 신었다 벗었다를 수 없이 반복했지만 턱끝까지 차버린 신용카드 할부금에도 불구하고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블랙 구찌 펌프스, 평균보다 조금 작은 나의 키를 자연스럽게 5센티 키워준다. 신상 아이템이라 사이즈가 없어 회사와 가까운 백화점으로 주문해 두었다. 앞으로 24개월을 신용카드 할부금에 시달리겠지만 신어보자마자 꽂히는 느낌이 안 살 수가 없었다. 당분간 점심은 5천 원 수준에서 때워야 하고 친구도 못 만난다.
우우웅~
은경이가 그렇게 기다리던 펌프스가 백화점에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기쁨은 함께 할수록 배가 되는 법이라 구찌를 맞이하는 환희를 함께해 줄 사람인 나은에게 은경은 메신저를 보냈다.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 같이 백화점 가자.’
‘아 미안 오늘 중요한 전화가 올 거라 점심은 따로 먹으려고. 언니 미안해~’
‘쉑쉑버거 먹으려고 했는데? 진짜 안 가?’
‘오늘은 중요한 거라 안돼. 진짜 미안해.’
얻어먹는 거 좋아하는 애가 쉑쉑버거를 마다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박수 쳐줄 사람이 없어 아쉬웠지만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은경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1시 14분. 거리가 조금 있어서인지 점심시간을 살짝 오버해서 사무실로 돌아온 은경의 눈에 골똘히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는 나은이 들어왔다. 조용히 앉아 모니터를 켜고 점심시간을 방만하게 보낸 죄인으로서 분위기도 살필 겸 메신저를 보냈다.
‘밥 먹었어?’
‘웅… 언니 나 오늘 6시 반에 결정사 상담 잡았어.’
바로 어제 결정사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철없는 동생은 고민할 새 없이 액션을 취하더니 한두 푼 하는 게 아닌 결혼정보회사에 상담을 갔단다.
역시 나은이는 충동적이다.
‘결정사 간다고 다 결혼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아무리 못해도 2-300만 원 할 텐데 너무 충동적인 거 아님?’
‘일단 상담만 받는 거지.’
분명 이렇게 대답한 나은이 내일은 결제했다고 출근하자마자 설레발을 치며 떠들어대는 모습이 은경의 머리를 스쳤다.
‘결정사 가면 결혼은 그냥 상품이 되는 거야. 말마따나 돈을 주고서라도 결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만 수요가 있겠지.’
‘그냥 상담만 하러 가는 거야. 들어보고 아니면 안 할 거야.’
‘우리 평범하잖아. 어떤 남자가 우리랑 돈 주고 결혼하겠어.’
답답한 마음에 은경의 타자가 빨라지며 사무실을 속도감 있는 타자 소리가 가득 채웠다. 메신저 상 오가는 대화가 격해질수록 겉으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나은이의 주제넘은 꿈을 은경이는 제대로 깨 주고 싶었다. 그래야 세상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 나은이도 빨리 깨닫고 헛수고도 덜하며 상처도 덜 받을 것이다. 사람마다 주제가 있고 아무리 노력한들 넘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평범한 이나은도 알아야 한다.
“정신 차려라!”
은경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모니터에 꽂혀있던 눈들이 모두 은경을 향한다. 너무 몰입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생각이 그대로 입으로 나와버렸다. 백화점의 입고 문자를 받는 순간부터 고조되었던 기쁨과 환희는 온데간데 사라졌다. 이나은의 결정사 상담으로 은경이의 구찌 펌프스는 오늘의 자랑 리스트에 얼굴도 내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