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4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빈 둥지 ㅡ 나영봉 시인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Feb 25. 2025






                                      빈 둥지



                                                 시인 나영봉




선선한 바람 곁으로 다가오던 날

가까운 샘터 공원을 찾아가 봤다

밀어주던 그네 따뜻한 엄마 손길

사글세 살던 단칸방 넓아버린 추억

그때의 상념 고스란히 쌓이는 낙엽

생생하게 떠오르는 단칸방 정겨움은

가을 국화 잎사귀에도 몽글몽글 맺히고

빈 의자 깊은 슬픔이 웅크리고 앉는다

찾아오는 자식 기다리던 열린 사립문

하늘나라 아주 먼 길 떠나면서 한마디

다투지 말고 양보하며 살아야 편하다

예순일곱 자식 촉촉하게 젖는 눈시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나영봉 시인의 가슴은 참 따뜻하다.
그의 미소는 일품이다.
시인의 '빈 둥지'는 삶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가족의 관계와 세월이 가져다주는 쓸쓸함을 정감 어린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의 가치 철학과 미의식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으며, 한 편의 수채화처럼 따뜻한 색채로 감싸면서도 이별의 무게를 담담히 전달한다.

시인은 이 시에서 부모의 희생과 자식에 대한 기다림을 조용한 풍경 속에 녹여낸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다투지 말고 양보하며 살아야 편하다”라는 부모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전하는 것은 시인의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양보와 조화는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요소이며, 이 시대에도 유효한 가치이다. 가정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사회 전체로 확장되는 삶의 태도를 제시하는 부분에서 시인의 깊은 사유가 엿보인다.

이 시의 미적 특징은 과거의 기억을 촉각적으로 재현하는 데 있다. “밀어주던 그네 따뜻한 엄마 손길”에서 손끝의 온기가 전해지고, “가을 국화 잎사귀에도 몽글몽글 맺히고”라는 표현은 시각적 이미지에 촉각적 감각을 덧입힌다. 또한 “빈 의자 깊은 슬픔이 웅크리고 앉는다”라는 구절에서는 의자가 단순한 사물이 아닌, 감정을 품은 존재로 형상화되며 한 폭의 정물화처럼 조용한 슬픔을 자아낸다.

나영봉 작가의 '빈 둥지'는 개인의 경험을 보편적인 정서로 승화시키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애틋하게 조명한다. 화자의 상념은 계절 변화와 함께 흐르며, 특정한 순간이 아닌 오랜 삶의 축적 속에서 빚어진 감정을 담고 있다.
시의 언어는 단순하지만 깊고, 감각적인 묘사는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영봉 시인은 삶을 긍정하며, 인간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가장 평온한 삶의 방식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 시는 이별의 서사가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울림을 지닌다.



ㅡ 청람

작가의 이전글 어느 사형수 최후의 5분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