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8
2. 잊히고 싶은 기억
모지코역.
주말이면 북적이는 곳이다.
몇 걸음마다 사람에 부딪히고,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정신이 없다.
다만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꽤 조용하다.
… 아니, 너무 조용하다 싶을 정도로.
예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다.
그때도 이런 고요함을 원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걸 싫어하니까.
그러나 지금은—
고요해도 전혀 조용하지가 않다.
바로 옆에,
하루 종일, 아니 며칠째 떠드는
이혜은이라는 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이것저것 묻는다.
도무지 조용할 틈이 없다.
나랑은 확실히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금요일이 되면 들뜨고,
누군가와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여행엔 신이 나고—
그런 사람.
나는…
그 반대의 분류에 가까운 쪽이다.
뭐,
그녀 눈에는 당연히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흔히 떠올리는 일본의 풍경과는
조금 결이 다른 외관.
모지코역을 중심으로
‘모지코 레트로’라는 이름을 붙여두긴 했지만,
한국에서 말하는 그 ‘레트로’와는 조금 다르다.
하긴, 나라가 다르니 당연한 걸지도.
건물들은 오래됐지만 단정했고,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는—
그 풍경 하나만으로
이 장소가 꽤 괜찮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 여자는 내내 시끄럽다가도
잠잠해지더니,
어느새 혼자서 이곳저곳을 찍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쯤
개인 SNS에 폭격을 퍼붓고 있는 중일 거다.
그 모습이 좀 우스워서
곁눈으로 살짝 훑어봤다.
잠시 후,
갑자기 조용해졌던 그녀가
내 쪽으로 휴대폰을 불쑥 내밀었다.
“저기요.
그쪽 그렇게 멍하게 서 있지 말고,
여기 역 앞에서 사진 좀 찍어줘요.”
…잠잠해졌다는 말은, 취소하겠다.
“네…? 갑자기요?”
그녀는 한숨을 쉬며,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휴, 무슨 갑자기예요.
해외까지 왔는데, 사진 한 장 부탁하는 게 그렇게 이상해요?
얼른 좀 찍어줘요.”
“… 제가 사진을 잘 못…”
“설마… 사진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그 말하려는 건 아니죠?”
이 여자 말이 맞다.
다만 난 사람을 찍어본 적은… 거의 없다.
그냥 사물, 공간, 장면. 그런 것들만 찍었다.
“… 알았어요. 저기 서 봐요. 찍어줄게요.”
나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카메라 어플을 켜 셔터음을 연속으로 울렸다.
그녀는 그 짧은 순간에 별의별 표정, 포즈를 다 잡았다.
사진을 다 찍고,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아무래도 무례한 질문을 일삼는 그녀가 괘씸해져서
살짝 놀려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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