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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편의점 앞, 비가 그치기 전

비는 그쳤지만,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by 추설

'비가 내리던 도쿄의 밤이었다.

편의점 지붕 아래로 떨어진 빗물이 천천히 도로를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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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도쿄의 밤이었다.

좁은 골목마다 불빛이 번지고,

차창을 스친 빗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날 나는 편의점 앞 지붕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젖은 도로를 비추고,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조용히 흩어졌다.

비가 만들어낸 공기 속엔

묘한 정적이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내 옆에 섰다.

우산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젖은 공기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나는 무심히 시선을 돌렸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짧게 웃었다.

낯선 얼굴, 낯선 도시,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리만큼 익숙했다.

우린 서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저 인사였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졌다.


편의점 안에서는

계산대 소리와 냉장고의 진동이

조용히 이어졌다.

그 소음이 배경음처럼 깔리고,

비 냄새가 느리게 흩어졌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

낯선 온기가 있었다.

비가 조금씩 잦아들자

그녀는 우산을 고쳐 잡았다.


우산살 위로 떨어진 빗물이 흩어졌다.

그녀는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천천히 걸어 나갔다.

젖은 도로 위에

그녀의 발자국이 얇게 남았다.


나는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형광등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아직 그 안에 있는 듯했다.

비는 그쳤지만

도시의 공기는 여전히 젖어 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도시의 불빛과 섞여 흩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밤,

그저 스쳐간 한 장면이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녀의 얼굴도,

그때의 온도도

이제는 흐릿하게 번져버렸지만

그날의 공기만은 아직 선명하다.


비가 내리던 도쿄의 편의점 앞,

그 밤 이후로

나는 비가 오는 날마다

그 불빛을 떠올린다.


마치 그 장면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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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jpg 작가의 로맨스 출간 도서 『세상에 없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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