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일본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마저 눈 속에 묻혀서
모든 게 조금 느리게 흘러갔다.
그날 우리는
별다른 목적지도 없이
눈 내리는 거리를 걸었다.
손끝이 시렸지만,
그럼에도 웃음이 쉬이 새어나왔다.
길가의 노천 카페에서는
따뜻한 김이 흘러나왔고,
조명 불빛이 눈발 사이로 번졌다.
그 빛이 그녀의 머리칼에 닿을 때마다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나는 그 장면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선명하다.
마치 그곳의 공기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듯했다.
그녀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이런 날씨, 좋아요. 괜히 분위기 있잖아요”
그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했다.
지금은 그 사람이 없다.
시간이 흘러도 그 거리의 풍경은 여전하겠지.
다만, 그날의 차가운 공기와 온도,
그건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가끔 그곳의 사진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아린다.
눈 덮인 길가,
어딘가 아늑해보이는 목조 건물들,
그날의 하얀 숨결.
그래서 이번 겨울,
나는 그 거리를 다시 걸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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