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편만 쓰려고 했다. 그러다 19편을 쓰게 되었다. 그중에는 퍽 마음에 드는 시도, 이런 걸 시라고 썼나 하는 시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날것의 매력이 있다.
꾸준히 쓰고 싶어 매주 연재로 시작했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되어 초과 목표를 달성했다. 약 5개월, 매주 시 한 편은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점점 시의 퀄리티가 떨어진다 하는 생각도 들면서도 쓰면 쓸수록 좀 나아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내심 들었다.
잉어빵을 보면서, 소금빵을 먹으면서, 시장에 가는 일상 속에서 글감이 보였다. 정말 시인이라도 된 듯 쓰는 동안은 시인의 마음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쓰고 싶어 하는지 주로 어떤 소재에 마음이 동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T주제에 꽤 감상적인 사람이라는 것도.
시를 약 스무 편 쓴 이후에도 계속 쓰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잘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쓰고 싶다. 숏폼과 쇼츠가 대세인 시대, 짧고도 강렬한 임팩트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일까. 단 몇 줄의 문장으로 마음을 파고들고, 여운을 남기는 게 여전히 멋있다.
이런저런 글을 쓴다. 부족한 실력을 채우려 글쓰기 강의도 듣는다. 쓰면 쓸수록 가장 어려운 건 단연코 시 쓰기다. 그렇다고 다른 글을 잘 쓴다는 건 물론 아니다. 아직 시를 쓰기엔 글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갈망한다.
연재가 끝나더라도 매주 시를 쓸 것이다. 다만, 조금 더 많은 글이 쌓이고, 묵히고, 수정해서 좀 더 나은 시가 몇 개 쌓일 때 다시 연재를 시작해볼까 한다. 철저한 계획형 인간답게 벌써 2편의 제목도 정해두었다.
"너 T야?"라는 얘기를 꽤 자주 들었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몽글몽글한 글을 쓸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번 도전은 소정의 성과를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금요일에 시 한 편 쓰고, 또 읽으며, 쓰는 이도 읽는 이도 숨 막히는 일상 속 잠깐의 여유가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