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과 거리두기

나에게 집중하니 자연스럽게 핸드폰과 멀어졌다

by Bullee

퇴사 후 가장 많이 한 혼잣말이 아마 '핸드폰 어디 있니?'일 듯하다. 퇴사 전에는 핸드폰을 손에서 떠나보낸 적이 없었다. 근무할 때는 거치대를 놓아 내가 손을 뻗으면 바로 잡을 수 있는 곳에 세워놨다. 혹시라도 핸드폰이 없이 자리를 비우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핸드폰은 꼭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출퇴근 시에는 늘 만원 지하철을 견디게 해주는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주는 도구였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관계 유지에 꼭 필요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연락을 주고받는 거야 기본이지만, sns와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기 위한 도구로 더 많이 사용했다. 회사 생활과 취미 생활 그리고 다양한 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정보와 그 당시 트렌드에 대한 정보가 많이 필요했다. 그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대화를 나눌 정도의 지식(?)이 필요했고, 이야기를 하려면 당시 유행 등 이야깃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수시로 SNS에 들어가 봐야 했고, 대화 중에 혹시라도 누군가 이야기할 때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검색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사 후 지방으로 이사하다 보니 영상을 핸드폰으로 볼 이유도 없어지고, 일 때문에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 영상은 거실 또는 안방에 있는 티브로 보면 되고, 전화는 가끔 오는 스팸 전화 빼고는 거의 오지 않는다. 하지만 핸드폰과 강제로 거리두기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없으니 더 이상 다른 정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오직 내가 궁금해하는 것만 찾아보면 된다. 이번에 쉬면서 알게 된 건 내가 너무나도 쓸데없이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나는 '검색병'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지만 조금씩 정보에 무던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검색을 안 하는 건 아니니까 적당히(?) 정보는 얻고 있다. 핸드폰을 멀리 하다 보니 SNS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다. 물론 하루에 한두 건씩 SNS에 콘텐츠를 올리고 있지만 그걸로 끝이다. 다른 사람들의 SNS를 예전만큼이나 찾아보지는 않는다.


나에게 집중하니 자연스럽게 핸드폰과 멀어졌다


그런데 쓰다 보니 내가 핸드폰을 가까이 안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떠올랐다. 바로 쇼핑을 안 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최신 전자장비 사는 걸로 풀었던 나에게 더 이상 고가의 전자제품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백수가 되니 그나마 여유롭게 쓸 수 있던 용돈까지 줄어들게 되었기 때문에 쇼핑은 당분간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될 듯하다. 왠지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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