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속도 없고 이사 준비로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왠지 죄짓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익숙해져 간다. 게다가 다음 주면 도심과는 다른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오히려 이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근데 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피곤한지? 아마도 새로운 생활 습관에 익숙해지기 위해 피곤한 것 같다. 새로운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은 커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힘들다. 약속을 잡아 친구와 친해지는 것보다 집 소파와 친해지고, 회사일에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는 대신 멍 때리고 있어야 하는 등 바뀌는 게 너무 많다. 게다가 내일 이사로 환경도 바뀌는 상황이다.
2013년 2월에 지금 집으로 이사 왔다. 2번의 전셋집을 거쳐 은행의 힘을 빌려 지금 집을 마련했다. 약 10여 년을 지내면서 너무나 익숙해진 이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의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바뀐 신분과 바뀐 환경으로 적응해야 할 게 많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인생을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도 그다지 나쁜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이사 가서 집 정리하면 쓸데없는 생각할 겨를 도 없고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하니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다. 고층 아파트에서 멀리 보이는 북한산이 보이는 풍경이 그립겠지만 마당이 있는 집 또한 나를 적절하게 위로 해 줄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