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물론 '물론 난 후회 한 적 없다'로 늘 이야기를 애매모호하게 마무리 하지만 말이다.
퇴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게 퇴사인 것 같다.
후회라는 감정은 결핍이 주는 감정이다.
퇴사 후 삶은 물론 좋다. 하지만 간혹 불편할 때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퇴사 후 몇 번 간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퇴사의 이유에 대해 물어보거나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한 질문을 하시곤 했다. 함께 여행을 다니는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젊은 사람이 회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하신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도 물어보신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러시는 걸 알기에 불쾌하거나 싫지는 않다. 다만 복잡하고 미묘한 퇴사의 이유를 쉽게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특히나 내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하면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시기 때문에 요령 껏 쉽게 설명하는 답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면 대부분은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두 번째는 제약이다. 일정한 수입이 없어지다 보니 생활비도 줄여야 했고 무엇보다 용돈이라는 개념을 없애야 했다. 그러다 보니 취미생활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 제약이 생겼다. 물론 서울 나가는 거 자체가 힘들어서 약속 잡기는 자연스럽게 줄었지만 항상 퇴근 한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택배는 이제 꿈도 못 꾼다. 얼리어답터의 삶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마당에 있는 작은 텃밭이 잃어버린 얼리어답터의 즐거움 어느 정도 채워준다.
세 번째는 외식이다. 외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거의 집밥을 먹고 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큰 불편함이다.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어머님들이 내가 삼식이란 말을 듣고 다들 아내를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죄지은 느낌이 들긴 했다. 아침은 커피에 빵으로 간단히 해결해서 실질적으로 두 끼만 먹고는 있지만 매일 밥을 해야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메뉴 선정의 어려움이다. 물론 회사 다닐 때도 점심 메뉴 선정이 가장 큰 고민이었지만 그 고민은 가히 비교도 안될 정도로 고민의 강도가 다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그냥 차려주는 대로 잘 먹는다는 것이라고 할까?
퇴사 후 삶은 회사를 다닐 때보다 좋은 게 더 많다. 가끔 조금씩 불편함이나 부족함 때문에 후회라는 감정이 들긴 하지만 그게 퇴사 자체를 후회할 정도로 크거나 오래가지는 않는다. 퇴사 전 아무리 준비를 했어도 부족한 건 있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부족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인 것이다. 크게 받아들이면 퇴사 후 삶에 불만으로 커지는 것이고 작게 느껴지면 결혼 후 느끼는 후회(?) 정도로 끝나는 것이다.
살아가면 늘 부족함을 가진채 살아간다. 그것이 금전적인 것일 수도 있고 대부분은 정신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