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사랑을 잘 모르겠는 한 사람이 드리는 편지입니다. 사랑은 잘 모르겠어도 편지는 곧 잘 쓰거든요.
마지막 모임 때 한 발자국 떨어져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순간임을 직감했고요. 이런 마음들 어디 가서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것을 온 감각이 뼈저리게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영원히 붙잡고 싶은 순간들이 중첩되어 벅차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냥 이대로 당신들과 누워 하늘만 바라보며 고여있고 싶었어요.
서로에게 우린 어떤 존재로 기억될까요. 매주 모임을 참여하던 저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당연히 만나는 순간이 없어진 요즘이 참으로 낯설었습니다. 이 편지를 우리가 늘 만나던 수요일에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오늘에서야 글 앞에 앉을 수 있었어요. 싱숭생숭한 며칠이었지만, 그 마음덕에 더욱 잘 지냈다고 말씀드리면 이해하실까요.
오늘도 수많은 이익관계와 약속을 지켜내며 하루를 쌓았습니다.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며 나 자신도 습기 없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닐지 걱정된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중 어떠한 잣대 없이 감성적인 대화로만 서로를 품어준 눈동자를 공명했습니다. 혹시 당신들도 느끼시나요? 우리가 된 순간부터 생겨난 회복 탄력성이요.
아무리 건조한 순간에 맞닿아있어도, 내 한 몸 따뜻하게 환영받고 뉘일 수 있는 안전지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만으로 더 힘차게 순간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요. 캄캄한 밤 바닷속을 걷다 예기치 못한 구덩이에 발이 빠져도 내 발 북돋아 줄 땅 있음을 알고, 큰 숨과 함께 잠수해 저 깊은 땅에 도움닫기 하여 앞으로 헤엄쳐 나갈 수 있는 힘이요.
제게 우린 그러한 안전지대입니다. 당신들께 닿고 싶어 마음이 요동치는 동시에, 그곳이 존재함을 알기에 더욱 담담하게 살아냈습니다. 덕분에요.
우린 앞으로 멀어질 일만 남았을 겁니다. 누군가는 이사를 갈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현실 속 자신을 키워내고, 누군가는 꿈을 좇아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지요. 그렇게 볼 수 있는 날은 점점 간격이 벌어질 것이지만, 내게 안전지대가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벅차게 날아오를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안녕히 이별하는 과정도 배워갑니다. 덕분에요.
이만 줄여야겠어요. 더 쓰다가는 이 편지가 사랑이 될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