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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Jun 24. 2024

찬사

친애하는 당신에게

전 기다림에 능하진 않지만 익숙해요. 상대방이 절 기다리게 하는 것이 싫어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 있어 일상이거든요. 그리고 내게 걸어올 시간이 필요한 당신을 기다리는 순간을 마주할 때면, 내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뿐임을 되새겨요.


누군가는 이런 절 타박했습니다. 약속시간에 항상 빨리 도착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고요. 지각한 것도 아닌데 다급하게 만든다고. 그 뒤론 미리 도착해도 도착 연락을 보내지 않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배려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당신을 보며 기다리지 않는 듯 삶을 사는 것이 존중의 자세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보고 싶다, 기다린다, 응원한다. 이 말에 당신이 부담을 느끼면 어쩌나 싶거든요. 대신에 당신을 차분히 읽는 글을 써 내릴래요.

 

혹시 아실까요, 당신 웃을 때마다 양쪽눈 아래에 세 개의 주름이 생긴다는 걸. 정말 예쁘게 빛난다는 것 또한 하실까요. 그럴 때마다 따라 웃던 것도 까먹고 찰나를 목격하는 것에 집중해요. 당신이 넘어온 세 개의 고개를 그어 기록한 훈장인지. 어딘가 뭉클하고 대견하고, 아름다워요.


요즘 들어선 훈장을 쉽사리 만나기 힘듭니다. 어딘가 항상 그늘진 얼굴에 건조한 눈빛. 같은 길을 걸어본 사람으로서 당신이 현재 어떤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 느껴져 안쓰럽고, 평온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넘어져본 자만이 딛고 일어나는 방법을 안다고 말씀드렸지요. 우린 스스로를 살린 사람들이니, 누구보다 그 말을 이해하시겠지요. 세 번 넘어지고 일어난 당신이 활강할 앞날은 무한하단걸, 그만큼 당신의 웃음엔 깊이가 있고 힘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처음 넘어졌을 때 보다 능숙하게 발 딛고 일어나 더 멀리 뛸 수 있을 사람들인걸요, 우리는. 훈장 한 줄 늘어 그만큼 빛날 뿐인걸.  


종교는 없습니다만, 부처의 "한 번 젖은 사람을 또 젖게 할 비는 없다."는 말을 사랑해요. 마치 나 같아서. 거센 비 내리는 밤, 애매하게 우산을 쓰며 비를 피하느라 바짓단 젖는 것 신경 쓰일 바에 당신이랑 손 맞잡고 못 추는 춤이라도 밤새 출래요. 그러니 언젠가 당신이 다시 평온한 비행을 시작할 때 편안히 밥 한 번 먹어요.


아시다시피 밥에 그다지 목메진 않아요. 그냥 당신이 보고 싶어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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