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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Jul 22. 2024

넌 아침 일곱 시의 노래야

친애하는 당신에게

혹시 당신도 아침 일곱 시에 생각난 노래가 하루 종일 생각 나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나요. 전 종종 아침에 생각난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고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경험을 하곤 해요.


아침 일곱 시 노래. 꽤나 로맨틱하고 따스한 말이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문득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인생을 24시간이라 가정하면 지금 우린 몇 시에 머물러있는지. 100세 시대라 하니, 24시를 100세로 가정했습니다. 그 절반 정오는 50세가 되겠습니다. 그 절반 오전 6시는 25세가 되겠고요. 전 오전 일곱 시를 넘겼습니다.


어쩐지. 당신을 만난 지금은 아침 일곱 시였습니다. 내 인생 24시간 내내 생각날 사람아, 실은 당신이 그렇게 되리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걸요. 이제야 당신 생각을 시작한 요즘이니, 앞으론 얼마나 당신을 읽고 쓰게 될까.


마음을 닮아 세상이 검정이었던 그날, 멀리서 다가오는 당신 실루엣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그 당시엔 낯설던 당신이. 내 앞 일곱 걸음쯤까지 다가온 그제야 당신이구나, 마음 놓고 반가워하던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 어딘가 아려옵니다. 이름 석자 빼곤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던 시절이었지만, 우린 우리가 될 것이란 걸 알았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였을까요, 쌓아온 세월보다 감정이 앞서는 내가 괴로워 열병이 난 것이. 낯선 상대 앞에 겨우 끌어안아 버티던 무르디 무른 멍을 기어코 놓쳐 한가득 쏟아내고, 온몸 덜덜 떨며 오열한 것이. 원망할 대상이라도 찾듯 하늘 향해 머리 젖힌 뒤 감정을 흐트러트린 채 눈물 흘린 것이.


당신은 그런 나를 하염없이 끌어안고 사랑을 내어줬습니다. 안타깝게도 두려움에 단단히 잡혀있던 저였습니다. 안정적인 순간에 닿고 싶어 참 많이 방황하고 아팠던 나였으면서, 당신이 들려주는 사랑을 사랑으로 듣지 못한 순간이 종종 있었습니다. 무너져 쓰러졌다면  옆에 누워 가득 안아줬고, 어딘가 도망치려 내달리면 어느샌가 이만치 달려와 붙들어 안았습니다. 마음이 서툰 어떤 순간에도 다그침 없는 사랑만을 내어줬습니다.


밑 빠진 독에 끊임없이 사랑을 붓는 당신 모습에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어딘가 깨져 물이 새어 나와도 언젠간 그 물에 흠뻑 젖은 흙에선 꽃이 피어나지 않겠느냐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당신 사랑을 하염없이 채워주다 보면 결국 나도 피어나지 않겠느냐고.


그 마음을 마주한 난 비로소 피어났습니다. 마음이 편해졌고, 이제야 마음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덕분에 안정적입니다. 더 이상 해결책 없는 고통에 빠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 요즘 고민이 없어. 정말이지 이제야 사는 것 같아.”라 얘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밤새 꾸던 악몽을 그치게 한 아침 일곱 시의 알람소리 같습니다. 단 잠을 끊어냈다며 원망할 알람소리가 아닌, 오랫동안 기다려온 가락이 드디어 내게 닿은 듯합니다. 그 가락은 하루종일 내게 맴돌겠지요.  


조용히 눈을 떠 여전히 옆에 누워있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고요하고 얌전히 오르고 내리는 등, 희고 투명한 피부. 언뜻 보이는 조요한 핏줄. 날 깨워낸  고요한 가락을 마주 보아요. 낯설고 얌전한 당신 가락을. 익숙해질 때까지 빈틈없이 가득 끌어안고 싶어요. 조급한 마음은 가지지 않을게요. 우리에게 안을 시간은 많을 테니까. 이제 아침 일곱 시에 깨어나 하루를 함께 걸을 우리니까요.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당신도 눈을 뜹니다. 잘 잤나요? 난 덕분에 좋은 꿈 꾸며 잘 잤어요. 그러니까, 당신 덕분에 잘 일어났어요. 아침은 뭐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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