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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람 Jan 11. 2024

당신에 대하여

너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어서

당신을 생각하면 골똘해집니다. 당신은 왜 당신인가. '너'는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이 들지만 존중이 빠진 느낌이고, '그대'는 당신보다 존중이 담겨있지만 조금은 좁히고싶은 거리감이 있어요. 한참을 고르고 골라 마침내 당신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때론 너 일때도, 그대일 때도 있을 당신. 가끔 마음 속에선 '얘'가 될 당신. 아참, '쟤'와 '야'는 당신에게 주지 않을거예요.


"당신"

소리 내 읽어봤어요. 목메여 첫 음절을 떼어낸 뒤 미련이 남은 듯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단어. 당신을 이미 불렀음에도 이유 모를 그리움에 당신을 부르고 남은 호흡을 물고있게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당신이란 단어 한 글자에 누르고 눌러 뱉어낸 기분도 들어요. 어딘가 아련하고 슬프고 그리운 동시에 벅찰만큼 사랑함이 느껴져요. 어쩌면 시와 글에 당신이란 단어를 반복한것은 사랑한다는 얘길 하고 있던것일지 몰라요. 그 당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당신에게 열렬히 고백하고 있던것인지 몰라요.


“당신”

다시 한번 소리 내 읽어봐요. 어딘가 그립고, 시리도록 아름다워요. 그러한 당신에게 이 마음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하고 싶고요. 어딘가 도망칠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어요. 소중하고 애틋한 사람. 동시에, 당신이 무엇인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이미 당신은 제게 당신인걸.


한때 시로 당신을 그렸어요. 함께 시를 쓰는 문우가 '시는 사실 다 뻥이에요.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라 말해줬거든요. 그 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 마음이 뻥인 척 은근슬쩍 담아냈었는데, 당신은 시를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진심을 담아내도 당신에겐 가닿질 않으니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이젠 여기 이 마음이 있으니 잘 보라고 티를 내보겠습니다. 물론 이 글을 당신 앞에 세워 읽어보라고 말하지 않을거예요. 당신과 내가 가장 편안해하는 속도로 이전처럼 은근하게, 이전보단 직설적으로 당신 근처에 머무를게요.


당신에게 사랑이 뭔질 모르겠다고 말한적 있지요. 아직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얼굴로 하품을 해도 사랑스러워 보이면 사랑일까요. 밥을 먹다 이에 음식물이 끼어도, 그것을 모른채 하루종일 함박 웃음만 짓고 다니는 얼굴이 예뻐 보이면 사랑일까요. 아침에 머리가 제멋대로 뻣친 채 배를 긁으며 침대에 앉아있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면 사랑일까요. 아직도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백발 노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물으면 수줍은 소년처럼 웃으며 "나는 아직 사랑이 뭔지 모르겠어"라 대답하는것이 사랑이라고 하니, 쉽게 깨닫긴 어려운 존재가 맞겠지요.


당신에게 말한적 있지요. 그럼에도 당신 앞에만 서면 이성이 무너진다고. 사랑은 이성과 거리가 멀 테니, 이것이 사랑인 것 같다고. 당신이 제게 말한 적 있지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정의할 수 있는 어떠한 형태로라도 날 사랑한다고. 우린 서로에게 줄 수 있는 모양의 사랑을 나누고있었음을 깨달았어요. 오늘도 서툰 내 마음을 담아 보내요. 사랑하는 나의 당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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