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215쪽 : 나는 그 세계에서 더더욱 고독해질 테지.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깊은 어둠에 직면할 거야. 내가 그 세계에서 행복해지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216쪽 : "우린 아무래도 가설에 가설을 더하고 있는 것 같네요. 뭐가 가설이고 뭐가 사실인지, 점점 구별하기 힘들어져요, "
219쪽 :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가야 할 곳이 있다.
225쪽 : 그건 나에게 약속되었을 광경이다. 그 약속을 이뤄졌는가? 아니면 이뤄지지 못했는가?
228쪽 : 이 현실이 나를 위한 현실이 아니다,라고 피부로 느끼는 감각은, 그 깊은 위화감은, 아마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리라.
229쪽 : 현실 세계의 광경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모두 아귀를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무대배경으로, 교묘하게 입체를 가장한 평면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30쪽 : 나는 몇 번이고 나의 그림자를 향해 묻는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그러나 그림자는 대꾸해 주지 않는다.
233쪽 : 적어도 그곳에서 나는 더 이상 한 곳에 묵직하게 정지한 쇠공이 아니다. 조금씩이나마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결코 나쁜 감각은 아니다.
237쪽 : 공기의 감촉으로 대략 추측이 된다.
254쪽 : 시곗바늘은 언제나처럼 앞으로 나아가며 시간을 쌓아갔지만, 나에게 진짜 시간은 - 마음의 벽에 박힌 시계는 - 그대로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260쪽 : 남자의 목소리에는 어떤 불가사의한 감촉이 있었다. 부드럽게 길든 천의 느낌을 연상시킨다.
266쪽 : 업무적으로 유능하며 인품 또한 숲의 수목처럼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요.
268쪽 : "첫째로는, 이렇게 스커트를 입고 있으면, 네, 왠지 내가 아름다운 시의 몇 행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랍니다."
본체와 그림자라는 설정, 주인공인 '나'는 그림자에게 반말을 하고, 그림자는 본체에게 존대를 한다. 주인과 부속품이라는 설정과 그에 맞는 호칭이 당연하게 느껴지면서도 거슬렸다. 가상이며 거짓이며, 공포감을 위해 계획된 도시임을 그림자의 말을 통해 '나'도 알게 되었다. 현실을 더 정확하게 직시하는 듯한 그림자였다. 그러나 선택권은 주인공에게만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판단하는 것은 본체였다. 드디어 알을 깨는가 했는데, 진실보다는 '행복과 사명감'이라는 실질적인 본체의 선택에 놀랐다.
1부가 끝이 나고, 2부의 반전이 있었다. 40대의 '나'로 시간이 고정되었다. 그리고 1부는 모두 꿈이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2부의 '27파트'는 처참한 심경이었다. 잔혹하거나 아픈 것이 아니었다. '무기력'과도 같은 '무중력', 그는 현실에서 직업을 먼저 버린다. 그리고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가상의 현실이 아닌 현실의 가상이었다. 읽는 나 역시 씁쓸한 마음을 숨길 길이 없었다.
40대의 '나'에게 변화가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웃으며 글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원하는 곳에서의 시작'에는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조건이 있었다. 조건이라는 게 있으면 추상적인 것이 구체적으로 변한다. 연인을 정할 때도 그렇다. '나만 좋아해 주면 되고, 키는 175 이상, 웃을 때 호통하게 웃고, 피시방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처럼 매우 구체적으로 말이다. '바다만 아니면 되고, 큰 도시는 아녔으면 좋겠고.'
소설 속 '나'는 우울함에서 유쾌함으로 그래프 전체가 이동하고 있었다. '비 온 뒤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