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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Oct 26. 2024

사라진 너

가리어진 길 끝에 누군가 서있나

손그늘 만들어 고개를 갸웃대지만

아니었나 네 잔상이 스치고 지난다


말없이 뒤돌아 걸어가다가

스치듯 만난 그때가 기억나

슬며시 짓는 미소에 너도 참 딱하다

한심한 나를 자책한다


거기에 있었다면

소리가 들렸다면

울림이 느껴졌다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었겠지

찾는다고 찾아지면

그게 너의 떠남의 이유가 아니었을 거다


티끌하나 없이 넌 가고 싶었을 것을

신발 하나 단추 한 개도 흘리지 않고

깨끗하게 사라지지도 않았을 테지


멀끔한 너는 성격도 모질어서

추억도 뽀드득 씻어 없애버리고 싶었는가

그리도 내가 보기 흉했을까


말할 수 없었다면

곱게 접은 종이에

한마디만 써주지 그랬어


너는 아니라고

아무래도 아니라고


그래도 탓하지 않으련다


여기에서 100년이 흘러도

난 기다릴 수 있을 거다


난 너밖에 모르니까 

다른 것은 모르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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