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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Jan 19. 2024

꽃 사세요~

행복 전달자, 꽃

신난다

오늘은 2주 만에 꽃을 배달받는 날이에요.

띵동!

기다리던 꽃이 온 걸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후다닥 뛰어가 현관문을 열었어요.

오, 저의 예감이 딱 맞았군요, 어여쁜 꽃을 담은 택배가 왔어요.


두근두근~ 꽃이 왔어요!!!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보니 핑크, 베이지 꽃들 함께 엽서 한 장이 들어 있네요!

플로리스트님의 손을 떠나 새로운 이에게 도착해, 새로운 곳에서 지낼 꽃들을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보내주신 건가 봐요. 꽃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리도 상세히 적어주신 걸 보면 말이에요. 고운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따스해집니다.


꽃들이 추위에 떨지 않게 이중 포장이 되어 있네요!
사선으로 줄기 끝을 잘라주세요


영양제 먹고 더 오래 보자~

꽃을 오래 보려면

줄기 부분을 꽃가위로 2센티 정도 사선으로 길게 잘라 주어요. 그다음 물을 화병의 2/3 정도 채우고, 동봉된 꽃 영양제를 화병에 같이 넣어주어요. 꽃 영양제는 절단면의 도관 막힘을 방지해 꽃이 물을 잘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박테리아의 번식 방지와 물의 부패도 함께 방지해 주기 때문에 꽃을 더 싱싱한 상태로 오래 볼 수 있답니다.


그리고 줄기에 붙은 잎들은 꽃잎 가까이에 있는 잎들 두세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거해 주는 게 좋다고 해요. 그래야 줄기들이 물을 더 잘 흡수해서 빨리 시드는 것을 막을 수 있대요. 마지막으로 꽃을 내 마음 가는 대로 화병에 예쁘게 꽂아주면 완성! 정말 쉽죠잉.


활짝 피면 더 예쁘겠지?



꽃은 어디 있나요?

화병은 저희 집 거실 전자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답니다. 왜냐하면 거실은 항상 신랑이 휴대폰 보면서 누워있는 소파가 있고, 딸이 강아지와 장난치며 놀거나 책을 읽고 티브이를 보는 곳이라 우리 가족들의 아지트이기에 당첨이 되었지요.


 의견은 고려하지 않았냐고요? 식탁에 놓는 게 더 분위기 있고 좋지 않느냐고요? 저는 뭐,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청소기 밀고 빨래 돌리고 개고, 설거지 등등 집안 곳곳을 바쁘게 다니니까 사실 어디에 놓아도 잘 볼 수 있잖아요. 하루종일 일터에서 일하랴,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랴 고생한 신랑과 피곤한 아이의 눈이 즐거워할 곳에 놓으면 힐링도 되고 더 좋을 것 같아서요. 둘의 심신안정이 곧 저의 '강 같은 평화'결이 되거든요.


궁금증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어요.

저희 신랑과 딸은 피아노 위의 꽃이 새로 바뀐 걸 알아차릴까요?

저의 장난기 많은 성격은 이럴 때 뜬금없이 발동되고 맙니다.

그럼 일단 시아의 하교 시간을 기다려볼게요.


"엄마 안뇨옹"

"응, 시아왔어? 오늘은 또 재미있는 일 뭐 없었어? 얼른 들어와, 손 닦고 쉬자."

딸아이의 눈치를 살펴봅니다.

"어, 엄마! 오늘 새로 꽃 왔네?"

오 역시 여자 아이라서 그런가 이런 사소한 변화에도 금세 알아차립니다.

"어 맞아! 너무 이쁘지? 향 한 번 맡아봐"

"우와, 향 너무 좋다! 얘는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름이 뭐랬지?"

"응, 리시안셔스"

"아! 맞다, 리시안셔스!"


무척 털털한 성격의 딸인데도 7살 때부터 꽃들이 배송되는 걸 봐와서 그런지, 이름은 잘 알지 못해도 꽃들이 바뀌는 건 금세 알아차리는군요. 저만의 비밀 테스트를 딸은 무난히 통과했어요.


그렇다면 대망의 저희 남편은 어떻게 나올지 참 궁금해집니다.


"나 왔다!"

"어 왔어~ 어서 들어와서 손 닦고 저녁 먹자."

"어, 아 배고프다 오늘 저녁은 메뉴가 뭐야?"

 

남편의 눈치를 살폈지만 곧장 화장실로 직행하더니 옷을 갈아입고는 바로 식탁에 앉습니다. 배가 고파서 꽃이 안 보이는 건지, 그냥 안 보이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배가 두둑하게 부르고 나면 주변을 둘러보다 꽃이 보일 수도 있으니 아직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식사를 거하게 끝낸 신랑은 샤워를 마치고 소파와 한 몸이 되러 가면서 휴대폰만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강아지는 살짝 쓰다듬더니 안아주고 간식도 던져 주네요? 근데 저기요, 저 어여쁜 리시안셔스는 안 보이시나요?


네, 기대한 제가 잘못이죠. 신랑은 이미 소파에 누웠습니다. 꽃은커녕 휴대폰을 애정 어리게 바라보며 환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어요. '꽃을 보긴 한 거냐, 아니냐' 따지면서 그의 행복깨고 싶지는 않네요. 그 모습이 참 즐거워 보였거든요.


네, 꽃 감상은 그냥 딸이랑 해야겠어요. 딸이 아빠 같은 감성은 아니라 다행이에요. 설마 아직도 꽃만 보면, 과거 저의 꽃에 대한 뜨뜻미지근했던 기억 때문에 애써 모른 척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너무 유치하잖아요. 나이가 40살 중반이고 최소한 그 정도의 사람은 아닌 걸로 알고 있거든요. 나름 인격이 있는 사람 같던데 단지 감성이 아주 떨어지는 이과형 남자라고, 휴대폰이휴대폰 하나만 보는 한눈 안 파는 남자라고, 그래서 저러는 거라고 이해해 볼게요.


사랑하는 리시안셔

아무튼 리시안셔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랍니다. 15년 전쯤 회사 다니던 시절, 이사님 자리의 꽃병에 꽂혀 있던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너무 예뻐서 무슨 꽃이냐고 여쭈었더니 '리시안셔스'라고 알려주셨어요. 그날 한눈에 반한 러너큐러스는 이후로 제가 가장 예뻐하는 꽃이 되었답니다.


딸이 그려준 '꽃들의 춤'


꽃은 잠시 피었다 지지만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생명을 더 연장시키며 우아한 향과 아우라를 뿜어내어요. 시무룩한 기분이 들 때 꽃을 보면 하도 해사해서 제 마음의 어둠이 걷어지고, 기쁜 일이 있을 때 꽃의 향기를 맡으면 더욱 설레는 기분이 든답니다. 꽃은 비록 여리고 약한 존재이지만, 주변을 밝혀주는 에너지가 아주 크기 때문에 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미소부터 짓게 되나 봐요.


마음을 정화하고 싶을 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나를 더 많이 사랑해주고 싶을 때 꽃가게에 잠시 들러 꽃 한 다발 들고 집으 향해보는 건 어떨까요? 집에 가족이나 지인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분들에게도 새로운 반가움을, 나 혼자더라도 꽃 하나만으로도 한층 더 충만해진 마음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꽃은 작지만 강력한 행복 전달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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