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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나, 도롱이 도깨비 (3)

경상도 사투리로 들려주는 할아버지 옛이야기 3

by 무한자연돌이끼 Mar 06. 2025

나야 나, 도롱이 도깨비 (3)

경상도 사투리로 들려주는 할아버지 옛이야기 3

“야, 박도령아! 나랑 조금만 놀아달라니까 왜 이렇게 도깨비 맘을 몰라주는 거야?”


도깨비도 이제 어지간히 안달이 났지. 한낱 꼬마 인간 하나를 유혹하지 못하고 그대로 보내줬다는 소문이 도깨비 세계에 퍼지기라도 하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거든. 그래서 유혹 전략을 다시 짰지. 어떻게 했게?


“박도령아, 이게 무슨 방망인줄 알제? 이거 진짜 신기한 거다. 사람이 소원을 빌면 다 들어줘!”


도깨비는 모든 사람이 돈 욕심이 있다고 믿고 있었지. 그래서 이 박도령도 금은보화를 집안에 가득 채워달라고 말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신윤이 말은 도깨비 자존심을 또 팍팍 긁는 말이었지. 뭐라고 했을까?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도깨비랑은 상대하기 싫은데. 넌, 도깨비라면서 어찌 그리 사람 보는 눈이 없노? 도깨비 맞긴 하나? 생김새는 영락없는 도깨비인데,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기 영판 시정잡배라서 말이지.”


“뭐?! 시, 시정잡배?”


“그게 아니면 양아치?”


“뭐?! 양~ 아치~?”


도깨비를 놀려먹는 재미가 은근 쏠쏠한가봐. 울화통이 터진 도깨비는 당장이라도 도깨비방망이로 신윤에게 해코지하고 싶긴 하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장난으로 해치는 것이 또 도깨비 세계의 원칙이라서 말이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코에서 콧김만 푹푹 뿜어내다가 한마디 해.


“박도령 니는 사화동에서 제일 가는 효자라지? 공부도 잘한다며? 그라모 똑똑하겠네. 내랑 거래 하나 하자.”

“머라카노? 나는 거래 같은 거 안 한다.”“내랑 딱 한 시간만 놀아주모 느거 어머니 병환 싹 낫게 해주께.”


금은보화를 준다해도 눈하나 껌쩍 안 하던 신윤인데, 도깨비가 어머니 병환을 낫게 해준다는 제안에는 순간 귀가 번쩍 열리는 거야. 한 시간만 도깨비랑 놀아주면 어머니가 건강해진다는 말에 혹할 수밖에 없었지. 도깨비 말대로 신윤이는 동네에서 제일로 치는 효자였거든. 갈등을 안 할 수 있었겠나.


하지만 박 선비는 안있나, 도깨비가 어머니 병환을 낫게 해준다는 데도 그런 힘을 빌려서 어머니를 낫게 하는 건 효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단호히 거절했지.


“싫다!”


“아니, 와? 니 어머니 병환을 낫게 해주겠다는데 싫다니? 너 효자 맞나?”


“어머니 병환은 내가 정성껏 보살펴서 낫게 해드릴 끼다. 사람들에게 겁이나 주는 네깟놈의 힘을 빌려 낫게 할 어머니 병환이 아이다.”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안 되니까 도깨비가 어찌 했겠노? 떠나는 박 선비 등에 대고 저주를 퍼부으며 괴롭혔지.

“어머니 병환도 모른 체하는 불효막심한 놈아! 니 때매 어머니는 며칠 더 살지도 못하고 죽을 끼다. 킬킬킬~.”


박 선비는 도깨비의 저주를 뒤로 하고 왔던 길로 내려갔지. 박 선비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자 도깨비는 웃던 웃음을 멈추고 ‘내가 널 가만두나 봐라!’ 하며 울분을 달래지 못하고 가슴을 쳤지. 그 모습이 오랑우탄인가 싶을 정도였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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