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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현장에서 설문지 받는 건 실전이야!

by 철봉조사러너

만약 지금 시점인 8월에 복지 기관이 욕구 조사를 이제 준비한다고 한다면 난 이야기 한다.


"올해는 망하셨습니다. 내년을 기약하시죠..."


눈치 없이 약간 진심을 담아 이런 피드백을 준다. 그리고 원래는 더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다면 욕구조사는 늦게 하면 안 된다. 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앞선 글에서 이제까지 설명한 연구 과정들은 ‘실천’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렇게 고생을 했는데 시작이라니, 좀 많이 맥이 풀릴 수 있겠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물론 연구의 절차에 있어서는 많이 오긴 했지만, 조사 연구에 있어서 이 이후의 실제 진행 과정도 굉장히 멀고 길다. 매번 하는 나도 막막하고 지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많이 온 거 같나? 시작이 반이지만, 앞으로의 자료수집, 분석, 보고서 작성은 더 험난하다...


이전의 나의 글에서 내가 주장하는 바로서 '연구는 소통'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통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기엔 너무 많은 과업이 발목을 잡는다. 정말 기술적인 노하우나 경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절차를 지키는데 시간을 쓰느라 주변과의 협조나 공유의 순간을 놓치게 된다. 결국 그러다 보면 주변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연구가 될 수 있다.



조사설계 이후, 설문지 및 인터뷰 질문지까지 조사할 준비가 된다면 바로 시작하면 안 된다. 예비조사, 사전 검사(Pre-test)의 단계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적은 인원을 조사하면서 설문의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최종 수정을 하는 단계이다. 실제 과정에서는 많이 생략되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다음은 본격적으로 설문지를 모으는 단계이다. 사실 이건 우리 현장이 더 강점이 있다. 직접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참여하시는 이용자, 복지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와 같은 다양한 인프라는 우리가 가진 실천의 장점이 발휘된다. 그리고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 바로 '대학생 사회복지 현장실습''지역의 각종 행사'이다.


우선 설문지를 모으는 건 정말 일이다. 전업 연구자라면 당연히 어렵지만 열심히 모아야 하는 거고, 문제는 추가적인 업무로서 연구를 한다고 느끼는 현장 실천 사회복지사들은 이 설문지 취합은 추가적인 과업이 된다. 동기가 떨어질 수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대학생 사회복지 현장실습생을 활용한 욕구조사 설문지 취합은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인증받은 복지기관에서 160시간의 실습을 거쳐야 한다. 이에 사회복지를 전공한 학부생들은 3, 4학년에 복지기관에 실습을 지원한다. 이들에게 업무를 가르쳐줘서 조사원으로서 활용하면 된다. 그러면 나름 쏠쏠한 조사 업무 수행 능력을 보여준다.


장점은 실습생의 특성상 대체적으로 젊고, 의지가 높다는 점이다. 충실히 조사 연구에 대한 교육을 해준다면 더욱 좋다. '실습생이 뭘 안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시하면 안 된다. 솔직히 직접 조사 연구에 대한 교육을 해 봤을 때, 실습생과 현장의 일선 사회복지사에게 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슬프게도 조사 연구에 무던히도 관심이 적은 우리 현장 사회복지사들은 대학교 때 배운 조사방법론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조사론 교육이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아 있는 실습생들이 어떤 면에서 나은 모습을 보였다. 매우 훌륭한 현장 조사의 자원이며 협력자이다.


대체로 규모가 있는 기관이라면 교육과 슈퍼비전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방학 중(하계는 7~8월, 동계는 1~2월) 중에 시행한다. 1,2월에 조사 연구를 하기에는 솔직히 너무 빠르기 때문에 7,8월에 하는 하계실습생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시점인 8월까지는 욕구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 인력을 놓치면 담당자가 직접해야 하는 업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러면 조사 연구에 대한 소통은 후차원으로 밀린다. 현실적인 문제가 많고 과업이 꽉 차있는 상황에서는 무슨 얘기를 해도 통하지 않는 거다. 결국은 시간에 쫓기고 좋은 연구가 나오기엔 어려움이 있다. 당연히 더 훌륭한 기타 인력이 있다면 그들을 활용함도 무방하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여러 명이 팀워크로 움직일 수 있는 실습생이 가장 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올해 복지 기관이 중요한 현장 연구를 하려고 한다면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한다. 충분한 숙의의 과정을 거쳐서 추진함이 정답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늦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내가 거의 혼자 진행했던 '트렌드 욕구 조사'를 활용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조사가 간단하고 공신력이 있어 참고할만하다. 이전 나의 글을 참고 바란다.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2day1run1read2

복지 욕구조사를 '계속' 트렌드 하게 하기로 했다: https://brunch.co.kr/@2day1run1read/111


행사에서 욕구조사를 하는 것도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자체적인 행사 혹은 시나, 유관기관,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행사에 결합하여 부스를 차려 운영하면 욕구조사 설문 응답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특히 장점은 아무래도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오기 때문에 설문 참여에 호의적이다. 물론 복지관 같은 사회적으로 인증된 기관이 참여 한 이유도 있다. 당연히 설문 응답 시 좋은 기념품을 주는 건 효과를 극대화한다.


주말에 초췌한 얼굴로... 행사장에 나가 열심히 설문지를 모으러 다닌다.
이제는 진짜 디지털이 맞다. 아날로그는 친환경을 생각해서라도 보조적인 수준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설문을 반드시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디지털 폼으로 받으라고 주장한다. 휴대폰으로 보기 어려운 문제는 크게 볼 수 있게 태블릿을 쓰면 좋다. 현실적으로 기기 구비나, 어르신들은 사용하시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태블릿 사용법을 조사원이 설명을 드리면 금방 적응한다. 혹여라도 자가응답이 안되신다면 그분은 그냥 종이 지류 설문을 받는다고 해도 응답원이 붙어야 하는 분이신 거다. 물론 기기 구비가 안되어 있다면... 두고두고 다양하게 쓰면 되니 어디서 얻던지, 사시라.


절대적이 이유는 코딩의 차이이다. 조사 응답은 분석을 위해 부호화, 즉 코딩(coding)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업 또한 만만치 않다. 근데 디지털 폼으로 받으면 코딩이 획기적으로 쉬워진다. 그리고 분석도 쉽게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방법적인 내용은 추후 글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이제 열심히 설문지 응답을 받을 차례이다. 양적 연구를 위주로 설명했지만 어쨌든 연구 응답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물론 구조화된 연구는 표본을 대표성 있게 추출하여 비례하여 균등하게 조사해야 하지만, 일단 일정한 수 이상은 받고 볼 일이다. 복지 현장에서 설문지 응답받는 건 현실이고 과업이다. 실전인 거다.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잘 뿌리고 받으러 가보자.

종이 설문지는 처음 이거 몇 장이 끝! 디지털에 적응하면 태블릿 말고는 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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