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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방해꾼

소개팅 필패의 역사

by 검마사

잘되는 사람은 잘되고 안 되는 사람은 늘 안되는 데는 달리 이유는 없다. 주변 환경의 탓도 있을 수도 있고 내 문제일 수도 있다. 이번의 사연은 남의 훼방으로 인해 망가진 이야기이다.


영어 학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직장인 반에 속해 있었는데 타고난 성실성으로 열심히 출석을 했더니 강사님께서 좋게 본 모양이다. 내가 나서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소개팅을 해준다는 것이다. 대상은 다른 시간대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이었다. 나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강사님의 소개 때문인지 상대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소개팅 상대는 대전에서 서울로 일하기 위해 상경한 아가씨였다. 친척 언니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었고 당연히 남자친구는 없는 상태였다. 대전은 내 부모님 고향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알 수 없는 친밀감이 느껴졌다. 상대도 내게 호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주선자가 확실해서 인지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강사님이 같이 할 때도 있었고 우리끼리만 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좋은 일에는 항상 마가 끼는 법이다. 언제 서부터인지 우리가 만나려고 하면 자꾸만 끼고 싶어 하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그 역시 수강생 중 한 명이었는데 생긴 건 히키꼬모리 같이 생긴 남자였다. 남자들이 보기에는 무시당하기 쉬운 그런 외모였다. 나와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그가 어느 새부터 인지 친한 척 접근해 왔다. 특히 그녀와 만날 때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함께 보려고 했다. 당시에는 학원을 다닐 때라 무작정 밀어내기도 곤란해서 함께 보는 일이 늘어났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인간은 대놓고 그녀에게 들이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무슨 헛짓거리라며 쫓아냈겠지만 과거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사람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했었기에 싫은 소리를 거의 못했던 것이다. 의미 없는 만남이 이어지다 보니 서로가 지쳐갔던 것 같다. 데이트도 아니고 동호회 모임도 아닌 어중간한 만남이 이어져 왔다. 그 사이에도 방해꾼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어필을 했던 것 같다. 선물 공세에 쿠폰 공세에... 반면에 나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는 왜 이리 소극적이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소심함에 질린 것일까? 그녀도 서서히 나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방해꾼은 그럴수록 신이 난 표정으로 모임에 나타났다. 그걸 왜 가만히 보고만 있었던 것일까? 그녀와의 만남은 이렇게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내가 만약에 좀 더 과감하게 방해꾼을 정리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서로 호감이 있던 상태였는데 내가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잘 될 수도 있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는 언제나 방해꾼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가만히 있어서는 남에게 뺏길 뿐이다.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야 한다. 심할 정도로 밀어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야 소중한 것을 지킬 수가 있는 것이다. 그때는 몰랐고 이제는 알고 있다. 앞으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방해꾼을 절벽으로 던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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