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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Jan 23. 2024

이 배가 벌써 그립다

34주 5 오후 3시경, 입원을 하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 입원 전 간단한 검사 및 상담을 마친 후 6인실 배정이 되었다. 1인실이나 2인실을 원했지만 남는 방이 없다고 했다. 오래된 대학병원의 6인실은 짐 놔둘 공간조차 없이 좁고, 열악했다.

병원복으로 갈아입은 후, 태동검사를 비롯하여 갖가지 검사 시작했다. 저녁 전 교수님이 회진을 . 배가 너무나 멀쩡해 혹시나 수술을 더 늦출 수는 없는지 한번 더 부탁해 본다.(질척 질척)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교수님은 어서 빨리 나의 임신을 마무리 짓고 싶으신 듯하다.


밤에 간호사가 소변줄 꽂으러 왔다.

"조금 불편하실 거예요."

저기, 간호사님. 이건 조금이 아잖아요. 

많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줄을 도대체 어디까지 넣을 것인가. 그만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자꾸만 밀어 넣는다. 아픈 것은 둘째치고 기분이 나쁘다. 정말 기분 나쁘게 아프다. 소변을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름 심각하게 고민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아무 느낌이나 낌새도 없이 그렇게 소변통은 알아서 채워졌다.

병원에서 준 귀여운 압박스타킹



입원 전날 저녁.

샤워를 하고 나오는 나의 배를 남편이 한참 동안 바라본다.

"뭘 보냐 변태야."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

"이젠 다시 못 볼 배잖아."

가 돌아왔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어느새 나는 이 커다란 배에 너무익숙해져 있었다. 남편도 나의 남산 같은 에 정이 들었나 보다. 이틀 후면 이 배 사라진다.

'아 이 배도 그리워지겠구나...'

목구멍 저 깊은 곳에서 몽글몽글한 가가 짠 기운을 몰고 올라다. 붉어지는 눈시울을 애써 외면해 보았지만, 울컥하는 마음까지 어찌할 수 다.


입원 당일, 출산휴가에 들어갈 남편은 입원 전 마지막 회사일을 처리하기 위해 회사로 출근했다. 나는 평소처럼 아이들의 태동을 느 노래를 렀다. '반짝반짝 작은 별'에 아이들 태명을 넣어 매일 불러주던 노래다.


"알콩 달콩 콩콩콩, 알콩 달콩 콩콩콩, 알콩 달콩 콩콩콩..."


갑자기 목이 메어와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나의 이 거대한 배

너희들의 동시 태동

오직 나와만 연결된 너희들의 생명

다른 사람은 가질 수 없는 나만의 너희들

이젠 내일부턴 못 느끼겠구나

얼마나 그리울까

나의 너희들


아이들이 내 몸 밖을 빠져나와 세상에 나오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고 기쁜 일이다. 나는 정말 순간만을 바라보고 여태껏 아이들을 품었다. 이미 세쌍둥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던 시간들이다. 내 배안에는 있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이들을 어서 빨리 보고 싶었다. 직접 만지고 직접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 내 배에 아이들이 다는 생각을 하, 마치 나의 일부가 분리되는  같. 내 몸에 꼭 붙어 있어야 할 요 장기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가는 느낌들었다. 나는 그동안 매일 내  속에서 움직이며 노니는 아이들을 누구보다 더 자세히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와 함께 오롯이 모든 고통과 기쁨의 시간들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마치 아이들과 이별이라도 하는 듯한 슬픔이 내 온몸을 감았다. 눈물이 뺨을 따라 흐르는 것도 모자라 서럽게 목 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잠들기 힘들어 뒤척이던 수많은 밤들이 아쉽다.

너무 무거워 힘들었던 이 배가 벌써부터 보고 싶다.

너무 아파 힘들었던 너희들의 발차기, 몸 굴리기가 벌써부터 그립다.


그 순간만은, 영원히 이 아이들을 내  속에 계속 품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리운 나의 배(그 안의 너희들)

이른 퇴근을 한 남편이 집에 , 미리 싸놓은 짐을 챙겨 병원으로 향다.

이 고요하고 평온한 집도 이젠 안녕. 한동안 못 볼 거야.

다음에 볼 땐 이리 고요하지 않을 테지.

 잘 지키고 있어. 

아이들과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많이 시끌벅적해질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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