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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Nov 05. 2024

2025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탐난다.

나는 내가 독한 면이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스타벅스 카페 회원은 가입돼 있지만 이제는 거의 가지 않는다. 친정 아빠가 가끔씩 시간 여유가 생겼다며 커피나 마시러 내려오라고 할 때만 마신다.

소송하면서 스트레스로 위염끼 때문에 커피를 거의 끊다시피 하고, 이제야 겨우 카푸치노로 바꾸어 마시고는 있지만 카페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더구나 나는 브랜드 이름, 브랜드 굿즈 상품에 별 관심이 없다. 소유욕도 없다. 하지만 다이어리 만큼은 탐이 난다. 너무 갖고 싶지만, 2025년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내 손에 들어 오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작가 일할 때부터 25년 넘게 다이어리를 매일 적는 나다. 몇 시에 뭘 했고,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적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나다. 결혼하고 이혼한 지금까지 사회 생활은 안해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메모하는 게 일인 나다. 지금은 작가 일을 안 하고 있지만, 가끔 생각나는 아이템이나 글 쓸 거리도 다이어리에 전부 끄적거려 놓는다.


습관이 참 무섭다.


그래서인지 나는 다이어리를 참 좋아한다. 예쁜 것도 예쁘지만, 안에 내지 구성 요소가 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스타벅스 다이어리 만큼은 매년 욕심이 난다.











"나빴어."


다리가 욱씬거린단다. 마이크 플라즈마 폐렴으로 일주일을 학교를 결석했다. 일주일로 끝난 게 감사하기 그지없다. 이맘때면 비염 알레르기로 약을 달고 사는 아들이다.

나는 잠을 잘못 잔 게 맞을 거 같아서 학교에 자꾸 결석 하면 안된다고 했더니 나쁘단다. 나는 아들의 귀여운 투정에 웃음이 나왔지만 단호하고 강해지기로 했다. 수행 평가 점수도 그렇고, 대학갈 때를 생각해서라도 학교에 자꾸 결석함 안된다고 설명하고 등교를 시켰다.


(일찍 결혼한 남동생 딸들이 다 공부를 잘한다. 첫째는 유명한 사립 예술고에 재학 중이고, 올해는 서울대를 목표로 수능 시험을 치른다. 둘째는 영재 테스트에 합격해 영재고를 준비 중이다. 남동생 딸들은 딸들이고 내 아들은 내 아들이다 싶지만, 그래도 잘 해 주었음 싶은게 엄마 마음이다. 엄마는 엄마 성격에 너 잘된다고 뭐 바라지 않는다고, 그저 너 잘되고 너 잘 살라고 그러는 거라고 항상 얘기를 해 준다.)


학교와 학원에서는 세상 의젓하고, 순둥하고 똑똑한, 뭐든 열심히 한다고 칭찬 받는 아들이다. 그런데 집에만 오면 애교 많고 애정 표현 많은 아기가 되고, 투덜투덜 징징이가 돼 버린다. 점점 더 엄마 껌딱지가 되어 간다. 아직도 나와 뽀뽀를 하고, 아직도 엄마한테 안아 달라고 하고, 아직도 엄마 팔짱을 잘도 끼고 걷고, 아직도 자기랑 발걸음 보조 맞추라며 엄마 팔을 꼭 붙잡는 아들이다.

무인도에 갖고 가고 싶은 세 가지중 하나가 엄마란다. 솔직히 기분 너무 좋다.

그런 아들을 지키고 조금이라도 덜 고생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 하고 있는, 나는 아직 부족한 엄마다.


아들을 등교 시키고, 나는 고용 복지 센터 담당자와 통화를 한 후 바로 여성 인력 개발 센터로 차를 몰았다. 다음 주부터 들어 가는 사무 행정 컴퓨터 수업에 대한 수강 신청에 대한 결제를 위해서다.

수업비는 국민 배움 카드로 하면 된다. 발급 받은 국민 배움 카드에 가상 지원금이 300만원이 책정돼 있기에 카드만 들고 가서 결제함 수강 등록 완료다.

오늘까지가 기한이기 때문에 나는 부지런히 가서 배움 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왔다. 교제는 수업 첫 당일 날 배부 될거란다.


어제는 법원에서 상간녀 통장 세 개와 보험 두 개에 대한 압류 결정문이 나왔다. 압류 신청한 지 이주 만이다. 아마 지금쯤 압류 됐다고 통보가 들어 갔을 거다. 그 둘이야 항소 빨리 진행하려 할 테고, 그러든지 말든지 우리는 너나 네 애한테 미안함 하나도 없다고 눈 하나 깜짝 안 하겠지만.


운전대를 잡고 잠시 하늘을 쳐다 봤다. 어제도, 오늘도 하늘이 너무 예뻤다. 바람은 갑자기 차가워진 듯 하다. 겨울이 오려다 보다.


나는 요즘 매일 생각한다. 진짜 이 겨울을 견디면 내게 봄이 올까, 정말 지금의 이 힘든 순간들을 버티면 나와 아들을 위한 희망이 있는 걸까, 잘 될까를.

사실 지금은 앞을 모르겠다. 머리 속에 안개가 뿌옇게 끼어 있는 것처럼 멍하다.

이제는 아무도 못 믿겠다. 특히 남자들이라면 아주 치가 떨린다.

계약서를 써 놓고 일을 했는데도 돈을 다 주지도 않고, 무명에 여자라고 우스운지 네가 넘겨 준다 했으니 저작권도 그냥 넘기라 하고(내가 더는 상대하기 싫어서 그냥 다 가져 가시라고 한 거다. 그러니 제발 나한테 톡 보내고 연락하지 말라고), 내가 일을 했는데 나랑 얘기를 해야지 남자인 남편 보고 얘기하라고 하고, 빈 몸으로 들어 왔어도 가장 대접하느라 맞춰 주고 대접해 주며 착하게 굴어 줬더니 배신도 배신도 참 드럽게도 배신하고도 뻔뻔하고, 다들 쓰레기랑은 같이 일하느라고 그게 사회 생활이라고 하는 이 대한민국이 가소롭고 밉긴 하다.


나는 다시는 결혼 안한다.









"둘이 대화하는 거 들었어. 대학 합격하면 삼 백 만원 준다고 하더라."


친정은 엄마나 이모들이나 전부 아들인 남동생, 남동생 이다. 친정 엄마가 아빠 닮았다며 나를 싫어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외면했다.

(아니 누가 그런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아니 내가 아빠 닮게해 달라고 해서 아빠 ㅣ닮았나?, 내 입장에서 어이상실이다.)


고 3때 담임 선생님이 상담하는데 어머니가 딸에 대해 애정이 없어 보여 애들한테 물어 보고 알았다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셨었다. 나를 보면  MBC 드라마 '보고 또 보고'를 보는 거 같다고 하시며 "네가 정말 잘 됐음 좋겠어. 내가 너는 잊지 않고 기도해 줄게."라고 토닥여 주셨었다.


친구들은 나를 보면 예전에 히트 쳤던 MBC 드라마 '아들과 딸'이 생각난다고들 했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의 일 년에 너 다섯 번의 강도 있는 폭력과 이해할 수 없는 차별 속에서 컸다.

남동생은 그 모든 걸 지켜 보며 침묵했고, 묵인했다. 친정 아빠는 형사로 바쁘셔서 내가 성인이 돼서야 나에 대한 엄마의 폭력과 차별을 알게 되셨다.

남동생과 이모들은 그런 나에게, 네가 고개 숙이고 들어가 화해 해야지, 왜 안하냐며 정서적 2차 가해까지 한 것도 사실이다.

친구들이 나 결혼하고 나서 네 엄마가 사 준 옷들 좀 다 갖다 버리라고, 네 엄마 무서워서 말을 못했지만 어떻게 그렇게 딸인 너한테 어울리지도 않는 옷들만 어거지로 입히시는지 이해가 안갔다고, 그래도 네가 바르고 올곧게 자라서 기특하다고들 했다.


그건 당연한 거다. 나는 내 자존감이 확실하고 내 스스로 나를 망치는 게 제일 미련하고 못난 짓이라는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다. 나를 망치는 건 진정한 복수가 아니다. 내가 건강하고 잘 살아야 진정한 복수다.


이모들도 엄마랑 남동생이 사이가 좋아 남동생한테는 쌀도 보내주고, 야채도 보내주고, 남동생 애들 공부 잘한다고 도와 주려 하는 거 안다. 돈 많다는 이모도 남동생 딸들은 만나면 용돈도 줬단다. 내 아들한테는 용돈 한 푼 준 적 없어도 어차피 나도 그들에게 정을 뗐으니 신경 안 썼다. 부모님 재산도 남동생이 받을 거란 것도 안다.

나는 뭐 심부름 시키고 요리해 나를 때만 필요한 딸이고 조카였다.


나는 어차피 내 힘으로 잘 살아야 한다. 가끔 괘씸하고 화가 나긴 하지만, 나는 그 애정에 고파하며 굳이 매달리고 목말라 하는 성격은 아니다.

나는 내가 집중하는 일이 잘되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들과 잘 살면 그 뿐이다. 나는 내가 독한 면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일들을 또 한 차례 마무리 해 놓고, 나는 또 다시 소설을 집필하고, 글을 쓰려고 앉아 있다. 밀린 드라마도 시청해야 한다. 오늘은 또 그렇게 흘러 갈 거고, 이번 겨울도 어떻게든 흘러는 갈 거란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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