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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Jan 16. 2024

첫 번째 연습: 쉬지 않고 완주하기

마라톤 연습을 시작합니다

  무작정 마라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검색해서 시즌오픈 챌린지 마라톤을 신청했다. 처음엔 멋 모르고 하프 코스로 신청했다가 남편이 10km도 쉽지 않았다고 해서 10km로 바꾸어서 신청했다.


  운동을 한 지는 한 열흘 됐는데, 걷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홈트도 하며 몸을 좀 다시 깨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10km 도전! 정확히 말하면 중랑천 왕복 길은 9km이지만 집에서부터 왕복으로 치면 10km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집에서 시작해서 내부순환도로가 시작되는 태릉입구, 월계 쪽을 찍고 돌아오는 코스. 자전거로는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맨몸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만의) 반환점에는 이렇게 표지판이 있고 여기를 지나가면 아마 중랑구인 것 같다. 다음에 날씨 좋으면 한 번 걸어서 신랑 약국까지 가볼까 싶기도 하고? 따릉이 타고 가도 될 것 같고? 근데 돌아오는 길이 고될 것 같고? 딱히 반가워하지 않을 수도?


  오늘의 목표는 걷든 뛰든 구르든 쉬지 않고 10km를 갔다 오는 것이었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많이 하는데 10km도 마라톤이냐고 하기엔 나 같은 저질의 체력, 운동리스의 삶에게는 10km가 어마어마한 것이므로 완전 마라톤이다. 아무튼 그 짧다면 짧은 거리를 다녀오면서도 아 나 자신과의 싸움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을 적당한 말로 표현했을까? 표현이 유려하지 않아도 깊은 말들을 보면 참 마음이 좋다.

 

  유튜브로 잠깐 본 습습 후우 호흡법을 기억하며 달려보기도 하고 파워 워킹을 해보기도 한다. 중간중간 콧물이 나오는 게 가장 지저분하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나중에 뛸 때는 알레르기약을 먹고 뛰든가 그래야지. 호흡을 하다 보면 분명 왼발에 습 왼발에 후였는데 스브스브스..어..? 하게 되는 지점이 생긴다. 다시 하나 둘 스으스스스습습 하아~ 하고 가다듬기도 하고 나만의 호흡법이 있나 하고 스으으으으읍 하아아아아아 해보기도 한다.


  땀이 나기도 하고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저어기 노란 심폐소생술 기계까지만 뛰어서 가봐야지, 저어기 파란 옷 입고 걷는 사람이랑 마주칠 때까지만 뛰어야지, 저어기 펜스 끝나는 데서부터는 걸어야지 하며 나를 다독이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파워워킹으로 걸으면 종아리가 당긴다. 그러면 또 조금 뛰고 그러면 숨이 차고, 그러면 또 걷는다. 거의 다 왔다, 마지막이야! 저기 노란 안내판이 골인 지점이다 생각하고 뛰어보자! 화이팅! 으어어! 해냈어!


  집에 오는 길 기특한 나 자신을 위해서 깻잎 떡볶이를 포장해 온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가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남긴다. 분명 어떤 성취였다. 나와 함께 하는 매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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