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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Feb 06. 2024

네 번째 연습: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트레스성 위장장애를 주의하세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연재일이라는 것은 참으로 희한하다. 나는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고 기다리는 독자가 많은 것도 아닌데(그렇다고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요 눌러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오늘은 마감이다 오늘은 써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생겨난다. 웹툰 작가들은 얼마나 힘들까? 스토리랑 그림이 하루 만에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닌데 하루 만에 해결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생겨버린다면 그것도 고역일 것이다.

  지난주부터 또다시 스트레스성 위장장애로 위경련과 함께 식도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니들이랑 밥 잘 먹고 잘 놀고 왔는데 학교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탓인 것 같았다. 식도염이 진짜 특이한데 작년에 두 번이나 내시경을 했는데도 아주 말짱하고 깨끗한 위라고 했다. 근데 또 알마겔을 먹으면 잠깐은 괜찮아서 속이 안 좋은 것을 잊고 또 먹는다. 그러고 또 아파하고.. 미련탱이 사이클 속에서 주말을 보내고, 어제는 결국 병원에 가서 약도 받아왔고 거의 금식하다시피 점심에 야채 샤브샤브 반그릇 정도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기어코 이런 몸에도 불구하고 나가긴 나갔는데, 막상 걷다 보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버린 것이다. 그래도 걸으면 좀 괜찮지 않을까 하고 걸었는데 아주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속과 함께 왠지 조금 어지럽기도 하고 그래서 갈등에 빠져버렸다. 이제 겨우 하계 빠지는 길인데 여기서 더 갈 수 있을까 아니면 멈춰서 돌아가야 할까. 아직 아무런 글감을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그래, 이렇게 어려운 결정은 제3자가 내리는 것이 좋지. 남편 찬스! '회차'를 선택한 남편. 돌아선다.

  걷다 멈춰 오리 구경을 한다. 자전거를 탈 때는 차마 볼 수 없는 오리들과 때까치의 귀여운 움직임들을 보면 내가 다 귀여워지는 것만 같다.

  집에 와서 샤브샤브 국물에 소고기를 넣는다. 24시간 만에 끼니를 챙기려니 너무 배고프다. 참깨소이소스를 찍어 한 입 가득 넣고 무서우니 꼭 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다.


  건강이 제일이라더니 정말 건강이 제일이다. 마라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고, 쉬는 날과 아이 방학도 있어 실제로 달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러다가 첫 마라톤에 회수차량을 타게 생겼는데 과연 나의 운명은!


사죄의 아기 오리 수영을 남깁니다. 독자님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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