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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Jan 23. 2024

두 번째 연습: 출발하는 용기 그 자체

매서운 추위 속에 피어난 몇 가지 생각들

1월 22일 월요일에 달린 기록


   오늘부터 다시 시작된 맹추위! 너무 춥다! 하지만 나는 작가다! 브런치 작가야! 이런 추위가 나를 멈추게 할 수는 없어! 는 아니고 지난주에 생일 주간이라 노느라고 계속 운동을 못했다. 나름 연재를 시작했고 내일이 연재일이기 때문에 (아직 없지만 곧 생길) 독자들과의 약속을 위해 중무장하고 글감을 찾아 길을 나선다(이미 독자라고 생각하신 분이 계시다면 알아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눈발이 솔솔 내렸지만 미끄럽지는 아니하다. 기모바지에 어그부츠를 신고 용감하게 10km를 떠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지만 어쨌든 덕택에 춥지는 않았다.


  완주하는 것에 대해


  이번에 도전하는 마라톤은 1시간 30분이 제한시간이고 그 시간이 지나면 통제가 해제되기 때문에 회수 차량에 탑승해야 한다고 한다(언젠가 한 번쯤 꼭 회수 차량에도 탑승해 보아야지.). 완주하는 것과 완주하지 못하고 마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주 수요일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10km 처음 완주한 다음 날이라 근육통도 있고 해서 달려보려고 했는데 눈을 향해 꽂히는 눈- 때문에 이내 유턴을 하고 말았다. 완주하지 못한 것은 실패인가? 내 브런치북의 제목은 '걸어도 뛰어도'이다. 걸어서 완주하는 것과 뛰어서 완주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1시간의 기록과 1시간 29분의 기록은 어떤 의미일까.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는 명언을 또다시 되새긴다. 진짜 명언 중에 명언이다. 걸어도, 뛰어도, 완주해도, 완주하지 못해도, 우리는 출발했다. 도착이 어느 지점이 되었든 간에 출발했다는 그 자체의 용기로 우리는 격려받아 마땅하다. 그게 어떤 일이 되었든 간에. 일상의 웅크림을 깨는 도전은 언제나 용기다.


  칭찬에 대해


  요즘 인터넷의 사람들과 나를 칭찬하는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날은 귀찮음을 꾹 참고 새로운 것을 해내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을 해내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그냥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칭찬하곤 한다. 이런 역경 속에서도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나의 건강을 위해서 걷기를 해내고 있는 멋진 나,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칭찬받아 마땅한가? 내가 나를 위해 하는 것인데도? 정답은 당연하지. 역경을 디뎌내는 마음은 언제나 강도 높은 강화를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 마음이 생겨나는 빈도가 많아질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노력과 경험들을 해낼 수 있도록 디딤돌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숟가락을 잡고 밥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칭찬하지 말라고 하지만 특수교사는 숟가락을 잡고 밥을 떠서 입에 넣는 그 자체의 행동만으로도 엄청난 환호와 기쁨을 다해 칭찬한다. 왜일까? 장애 아이라서? 아니다. 숟가락을 잡고 밥을 떠서 입에 넣는 행동이 아직은 미숙해서, 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그 난리법석을 떨면서 칭찬을 한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내가 아직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혹은 아직 그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혹은 잊었다면, 해낼 수 있도록 무한한 칭찬과 격려를 퍼부어야 한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운동을 하는 멋진 내 모습에 도취된 나를 보고 남편이 비아냥 거렸기 때문이다. 멋모르는 친구 같으니라고.

 

  작은 발견들

  나의 반환점 사진을 찍다가 문득 '안녕히 가십시오'가 다정하다. '안녕히'라니. 너무나 달달하다. 당신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떠나는 길도 조심히 가라는 사려 깊은 마음이 담겨 있는 인사. 어쩌면 이렇게 말도 다정하게 만들었을까. '안녕히' 라니.


  중랑천을 걷다 보면 많은 새(bird) 친구들을 만난다. 고개를 처박고 엉덩이와 발바닥을 둥실 대며 물속을 헤집는 새, 내가 예상한 시간보다 더 오래 물 안에 들어가 잠수를 하다가 생뚱맞은 쪽에서 갑자기 훅! 떠오르는 새, 아기 새와 어른 새, 바람에 흘러가는 물결에 몸을 맡긴 채로 유유히 떠내려가는 새.

  시멘트에 남겨진 어떤 새의 발자국을 보며,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자연에 대한 경외로움이 동시에 떠오른다. 자연이란 무엇이고 사람이란 무엇일까. 내 아이의 미래에도 가공되지 않은 아름다움들이 많이 남아있기를 기도한다.



  4월에 있을 양천 마라톤 10km도 등록을 했다. 40을 향해 달려가는 마당에 무작정의 삶, 제법 멋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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