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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Mar 11. 2024

실수해 보길 잘했어, 정말

"언니를 처음 봤을 때 진짜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어. 늘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거든. 그런데 지금은 더, 더, 더 멋있어!


"김영민 교수 책에서, 주위에서 뮤즈를 찾아보라는 글귀를 보았는데 너의 이름이 생각나더라."


"엄청 여려 보이는데 강한 면이 있네. 그런 말 진짜 못 할 것 같이 보이는데, 나는 이 나이 돼서도 못해. 멋지다."


"사랑이 엄마는 여유롭고 편안해 보여요. 사랑이 대할 때도 잘 받아 주지만 딱 선이 있고, 주관이 뚜렷하신 것 같아요. 조급하고 걱정 많은 엄마들이 대부분인데… 부러워요.”

“제가요??”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자아상(自我像)’이었다. 저 모습을 가진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아왔었는데 내가 그렇다니... 







철저한 관계 의존형, 타인 지향적이었던 나는, 스스로가 충분치가 않았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인정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삶을 꽤 오랫동안 살아왔다. 거기에 스스로 세운 프레임은 견고해졌고 잣대 또한 높아져 생활의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했다. 아름답고 날씬하고 친절해야 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래야 했다. 갈등 없이, 좋은 게 좋은 거, 친구도 지인도 인기도 많은 나, 주위 사람과의 평화롭고 돈독한 관계가 우선이었기에 호불호 없이 호(好)만 있었다. '다 괜찮아, 다 좋아', 늘상 했던 말들, 그래야 불화나 충돌이 없을 테니까,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니까. 그게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자 발판이며 목표였다.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이유는,
타인에게 잘 보여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많이 의식하며 살기 때문에 그래서 외롭고 힘듭니다.
<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



정작, 그 속에 나는 없었다.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어떨 때 편안한지, 누구와 잘 맞는지... 몰랐다.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채 타인과의 관계만 우선시하는 삶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실수와 실패가 너무 두려워 회피를 택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평생을 갈등과 분쟁을 피하며, 거절하는 죄책감과 거절당하는 두려움에서 도망치며 살아갈 수 없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소모적인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오래된 인연과의 절교는 그 자체로도 쓰렸지만, 친구관계도 완벽해야 했던 내 삶에 오점이 남았다는 생각이 더 마음을 후벼 팠다. 예상보다 더 엄청났던 후폭풍과 진통을 겪었지만 해내야 했다.


깨달았다.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이 우선이라 타인의 모습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음을, 입방아에 오른 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어느새 잊혀진다는 사실을, 단체사진에서 가장 먼저 내 얼굴을 확대하는 건 오로지 나라는 걸. 시행과 착오를 되풀이하며 실수를 통해 절체절명의 진리들을 하나씩 체득하고 나니 실수는 인생에 꼭 필요한 공부였다.


그리고, 단순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생활도 생각도 관계도. '그래 결심했어! 오늘부터 달라진 나로 살아가는 거야.'는 아니었다. 점들이 모여 가는 선으로 연결되듯 하나의 생각은 행동으로 가치관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서서히. 그러다 어느 순간 주변에서 먼저 알아채기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했던 행위들, 소비와 구매가 현저히 줄었다. 에코백을 메도, 두 벌 숙녀여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남한테 피해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걸 하니 마음의 부담이 없다. 귀한 시간과 한정된 에너지는 기꺼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로 채우니, 편안하고 즐겁다. 솔직하게 표현하고 진심으로 대하니 상대도 내 진심을 알아준다. 선순환이 시작되었다. 




조금 손해 봐도 되니까, 힘들어도 좋으니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으니까, 라면서 간절히 선택한 것에는 
단순히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더 큰 가치가 숨겨져 있다. 
거기에는 누가 뭐래도 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모습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내 경우 그 어떤 모습은 ‘자유’와 ‘아름다움’이었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변화의 물결은 항상 긍정적이라는 걸 기본으로 인식해야 한다.
필자는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잘되면 금상첨화, 잘 안 되더라도 하나의 교훈을 배울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자산이 된다.
<빅데이터 이코노미스트 빈센트, 김두언>
 



성장이란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 자신과 친구 되기>





실수할까 봐, 상처받을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고 피해버린 것들이 정말 많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는다. 피하지도 않는다. 삶이란 역경과 시련, 상처 없이는 절대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덕분이다. 물론 고난과 상처, 실패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오늘의 이 고민들은 더 멀리,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만들어 내리라는 건 분명하다. 그러니 일단 깊은 호흡으로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관찰해 본다.









출처: 연합뉴스,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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