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숫자만큼 돌아본 62개국 지구촌 나라들 58번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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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23년 10월)
2023년 9월 30일 아침 일찍,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날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 도착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불을 의미하는 ‘아자르’와 땅을 의미하는 ‘바이잔’에서 유래한 ‘불의 나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원래 이 나라는 고대부터 가스가 끊이지 않고 분출되어 일찍이 불을 숭배하는 조르아스터교가 발생한 곳이다.
공항의 입국 수속을 마친 후, 투어버스로 옮겨탄 뒤 ‘불의 나라’답게 첫 번째 목적지인 아테쉬카로 향했다. 아테쉬카는 조로아스터교의 신성한 숭배지로, 신비로운 불꽃이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신성한 불꽃은 지하의 천연가스로 인해 수천 년 동안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이곳은 오래전부터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중요한 장소로 여겨졌다.
사원에 도착했을 때, 먼저 중앙 제단의 타오르는 불을 마주했다.
이는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이 신성시했던 불로서,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이 주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원 내부에는 조로아스터교의 예배 도구 및 의식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이 단순한 사원이 아닌, 종교적 중심지로서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였다. 벽에 남아 있는 벽화와 비문들을 통해, 고대 종교의식의 신비로움과 그 깊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아테쉬카에서 바쿠로 돌아오는 길에는 황량한 들판에 수많은 원유를 퍼 올리는 장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치 거대하고 낡은 철제 곤충들이 땅을 물어뜯는 듯한 이 장비들의 독특한 동작은 아제르바이잔의 산업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사우디 리야드나 UAE의 두바이이 근무할 때에도 사실 도심에서는 이런 유전 설비를 직접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곳은 아예 눈에 보이는 곳마다 사방에서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었다. 이 기계들의 일정한 리듬은 마치 대지의 맥박처럼 느껴졌으며, 주기적인 동작을 바라보며 아제르바이잔의 부와 번영의 근원이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테쉬카에서 바쿠 시내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FIRUJA 식당은 마치 중동의 '만사프' 음식처럼 양념이 가미된 찐 쌀에 닭고기가 섞인 요리로 중동에서 근무할 때 먹어 보았던 입맛을 기억시켜 주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아치형 천정과 고풍스러운 벽 장식이 어우러진 실내 분위기가 단번에 마음에 들었다. 아치형 천정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며, 중세의 궁전이나 고대의 사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실내장식이었다.
아치형 천장에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고, 벽에는 다양한 사진들과 카펫트, 소품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장식 소품들은 아제르바이잔의 전통을 반영하는 도자기, 직물, 카페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이 지역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마치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또한 식당 직원들의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로 식사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식사 후, 바쿠 시내에 위치한 미니 도서 박물관(Miniature Book Museum)을 방문했다. 이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들을 모아 놓은 독특한 장소로, 전시된 책들의 정교함과 다양성에 감탄하게 만들었다. 박물관은 아담한 크기의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외관부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미니어처 책들이 가지런히 전시된 진열장을 마주했다. 책들은 손바닥에 올려놓아도 남을 만큼 작은 크기로, 이 작은 책들이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제작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진열장마다 테마가 정해져 있어, 다양한 주제와 시대의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박물관에는 또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 책은 단 0.75 x 0.75mm의 크기로, 현미경을 통해서만 내용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쉬르반샤 궁전은 바쿠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유적지였다. 궁전은 15세기에 지어졌으며, 아름다운 건축물과 정교한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궁전 내부에는 당시 왕족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정교하게 조각된 돌 문양과 벽화가 인상적이었다.
이췌리쉐헤르 구시가지로 이동했다. 이곳은 중세 도시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소로, 좁은 골목과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니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현지 시장이 펼쳐졌다. 구시가지에서는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찾은 메이든 타워는 바쿠의 상징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로, 이곳에 올라가니 바쿠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타워는 12세기에 건축되었으며, 그 역사와 관련된 여러 전설을 통해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탑에서 내려다본 카스피해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메이든 타워 근처의 골목을 산책하며 바쿠의 매력을 만끽했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아담하고 아늑해 보이는 카페가 눈에 띄었다. 이 카페는 따뜻한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외관이 매력적이었고, 특히 사장님이 매우 친절하였다. 내부는 소박하면서도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고, 벽에는 메이든 타워 그림과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카페 사장님의 따뜻한 환대는 이 카페의 특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커피를 마신 뒤 카페를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매우 좋아하는 그의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 카페는, 바쿠에서의 특별한 장소로 기억되었다.
메이든 타워에서 시간을 보낸 뒤 시내를 가로질러 해안가의 볼바르 공원으로 향했다. 바쿠의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이 공원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장소였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겼다. 저녁의 짙은 색조가 서서히 드리워지면서, 공원의 풍경은 평화롭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변해갔다. 저 멀리 보이는 불의 건물은 해질 무렵의 황혼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보였다.
중동의 유명한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 개의 건물 외관은 마치 아테쉬카의 타오르는 불꽃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수 주위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거나, 저녁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녁의 볼바르 공원은 바쿠의 현대적인 매력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편안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제공하였다.
볼바르 공원에서의 여유로운 산책을 마친 후, 바쿠 시내에 위치한 Dolma 식당으로 향했다. 이 식당은 저녁에 멋진 식사를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Dolma 식당에 도착했을 때, 실내 인테리어는 점심에 방문했던 식당 못지않게 잘 꾸며 놓았다. 볼트 구조의 아치 천장이 특징이었다. 식당 종업원들의 전통적인 복장의 의상도 인상적이었다. 각 테이블은 섬세한 디자인의 테이블보와 고급스러운 식기들로 꾸며져 있었다. 중앙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걸려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강조해주었다. 저녁 메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과 신선한 샐러드가 제공되었다. 샐러드는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허브로 만들어져 있었고, 신선한 오이, 토마토, 양상추,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전통의 드레싱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바쿠 시내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불의 건물이 있는 언덕으로 향했다. 불의 건물은 바쿠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그 독특한 디자인과 조명 덕분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상징적 존재였다. 언덕으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랐지만, 올라가는 동안 저녁의 시원한 공기와 함께 바쿠의 아름다운 야경이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했다.
언덕에 도착하자, 한눈에 바라보는 바쿠의 야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도시 전체가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불의 건물은 저녁의 어두운 하늘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빛났다. 건물의 독특한 불꽃 모양의 조명은 마치 거대한 횃불처럼 타오르는 듯했으며, 이 장면은 정말 경이로웠다.
언덕에서 바라본 바쿠 시내는 눈부신 불빛의 바다로 변해 있었다. 고층 빌딩들과 도로를 따라 펼쳐진 불빛들은 마치 별들이 지구에 내려온 듯한 느낌을 주었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경 작품처럼 보였다. 바쿠의 주요 거리와 건물들이 조명에 의해 환하게 비추어졌고, 그 광경은 평화롭고도 생동감 넘쳤다.
불의 건물과 바쿠 시내의 조화는 특히 아름다웠다. 건물의 불꽃 모양 조명은 도시의 야경에 매혹적인 포인트를 더해주었고, 밤하늘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건물 주변의 조명은 도시의 다른 불빛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욱 화려하고 독특하게 만들어주었다.
근처 카페로 이동해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의 건물이 빛나는 야경 속에서 이 도시가 가진 특별한 매력을 새삼 깨달았고, 그 기억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만큼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바쿠에서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다음날 아침 2023년 10월 1일 호텔에서 식사를 마치고 고부스탄의 박물관으로 향했다. 약 1시간 2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제르바이잔의 다양한 풍경을 감상했다. 왼쪽으로는 카스피해의 해안선이 보였고, 오른 쪽으로는 원유를 생산하는 유전들이 보였다.
대체로 초목이 많지 않은 황량한 들판이 대부분이었다. 고부스탄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이 지역에서 발견한 암각화를 전시해 놓은 고부스탄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의 암각화를 보고 박물관의 입구에서 1km 정도를 더 버스로 이동해서 암각화 문화경관구역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세계적인 문명 발상지 중의 한 곳으로 카스피해 연안 동굴에서 생활하던 인류의 조상이 새긴 암각화 들이 잘 보존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수천 년 전 청동기 시대 예술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암석에 새겨진 그림들은 고대인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전해주며, 그들의 사냥 장면과 의식 장면 등이 흥미로웠다.
고부스탄 탐방을 마친 후, 쉐키로 이동했다. 약 3시간 40분 동안의 이동 시간 동안 아제르바이잔의 다양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었다. 쉐키는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차로 역할을 하던 곳으로 카라반이라 불리는 대상들이 머물던 숙소인 카라반 사라이가 남아 있다.
쉐키에 도착한 후, 먼저 방문한 곳은 여름 궁전이라 불리기도 하는 칸사라이 궁전이었다. 이곳은 쉐키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유적지로, 화려한 건축물과 정교한 장식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궁전 내부에는 목재로 마감이 되어 있고, 당대의 예술과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쉐키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카라반사라이는 옛날 무역상들이 머물던 숙소로,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중안에 분수대가 있고, 이곳을 통과하면 직사각형의 안뜰이 있는데 이 정원을 중심으로 2층의 숙소 건물이 중정처럼 감싸고 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각 객실의 앞쪽으로는 복도가 아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 카라반은 수백개의 객실로 현재에도 호텔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당시의 무역과 교역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배울 수 있었으며, 건축물 자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쉐키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바쿠에서들렀던 두 식당 못지 않게 붉은 벽돌 벽에 목재 박공으로 된 천장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미니 배드와 악사의 아제르바이잔 전통 노래를 감상하면서 저녁 식사를 즐겼다. 아는 노래가 나올 때 마다 악사에게 지폐를 건내기고 하였고 일부 일행분은 나가서 함께 춤을 같이 추어 주기도 하였다.
저녁 식사 후 밤시간에 근처의 EL Resort 호텔에 체크인하였다. 밤에 도착해서 리조트 호텔 주변을 볼 수가 없었지만 다음날 날이 새고 바깥을 보니 널따란 잔디밭 위에 심어진 사과나무, 감나무 등의 과일나무에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려 익어가고 있었고, 활엽수의 낙엽들이 떨어져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을 정취가 마치 한국의 추석 때쯤의 분위기와 비슷하였다. 4층짜리 리조트 건물의 뒤로는 청명한 하늘 아래 단풍이 물든 코카서스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리조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2023년 10월 2일 쉐키를 떠나 조지아의 라고데키 국경으로 이동하였다. 약 2시간 30분 동안의 여정 끝에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가 만나는 국경에 도착하였다. 국경을 넘기 전 2박 3일 동안 예쁜 말투로 한국말을 너무 잘하면서 아제르바이잔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잘해 주었던 현지 여성 가이드와도 아쉬운 작별을 하면서 아쉬운 아제르바이잔의 여정을 마쳤다.